# 돌을 모으던 남자가 끝내 버리지 못한 것

창작 불교 우화 · 한국어 내레이션 초안 · 회차 표기 없음

주제: 상처를 기억하는 일과, 그 상처가 오늘의 행동을 결정하도록 두는 일의 차이.
길이: 차분한 낭독과 쉼을 포함해 약 5~7분을 목표로 한 초안. 실제 음성 시간은 미측정.
아래 번호는 편집용 이야기 비트이며 화면이나 공개 제목에 표시하지 않는다. 한 비트가 반드시 이미지 한 장이나 15초에 해당하지 않는다.

## 01 · 후킹

그는 상처받을 때마다 돌을 하나씩 모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아프게 한 사람의 이름을 그 위에 새겼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그 이름만 보면 괴로워하면서도,
잠들 때조차 돌자루를 멀리 두지 못했습니다.

그는 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누군가 빼앗아갈까 봐 지키고 있었을까요?

## 02 · 돌을 모으는 남자

그는 나무로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손끝은 섬세했지만, 사람을 대할 때면 어깨부터 굳었습니다.

장사를 함께하던 친구가 돈을 가지고 사라진 뒤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돌 하나였습니다.
그는 돌 표면에 친구의 이름을 긁어 적었습니다.

다시는 그 이름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 03 · 지켜주는 무게

그 뒤로 자신을 속인 사람,
면전에서 비웃은 사람,
어려울 때 등을 돌린 사람의 이름을 하나씩 더했습니다.

잠을 잘 때에도 자루는 머리맡에 있었습니다.

돌을 만질 때면 분노가 되살아났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은 안심되었습니다.

기억하고 있으면,
다시는 같은 일을 당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 04 · 오늘의 손님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온 여인이 작은 그릇을 집어 들었습니다.

“오늘은 돈이 조금 모자라는데, 내일 나머지를 드려도 될까요?”

남자는 그릇을 빼앗듯 내려놓았습니다.

“내일 온다는 사람은 오지 않더군요.”

여인은 아무 말 없이 아이의 손을 잡고 나갔습니다.
문 앞에는 아이가 벗어두었던 작은 짚신 자국만 남았습니다.

## 05 · 찾아간 산사

그날 밤, 남자는 완성한 그릇들을 세었습니다.
팔지 못한 그릇이 작업대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그는 마음의 괴로움을 들어준다는 노승을 찾아 산에 올랐습니다.

절에 도착했을 때에는 등에 땀이 젖어 있었습니다.
노승은 처마 아래에서 빗물을 쓸어내고 있었습니다.

## 06 · 질문

“스님. 나를 해친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노승의 시선이 그의 어깨에 멈췄습니다.

“짐부터 내려놓으시지요.”

남자는 자루 끈을 더 단단히 쥐었습니다.

“이것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07 · 이름들

노승은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루 한쪽을 내어주었습니다.

남자는 앉아서 자루를 열었습니다.
돌마다 이름을 짚으며 있었던 일을 설명했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얼마나 억울했는지.
왜 자신이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되는지.

이야기가 길어지는 동안,
노승은 식어가는 차를 조용히 갈아주었습니다.

## 08 · 지금 쥐고 있는 사람

남자의 말이 멎었을 때 노승이 물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이 돌을 등에 올려놓았습니까?”

“아닙니다. 내가 주웠습니다.”

“이곳까지 들고 오라고 했습니까?”

남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노승은 자루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없는 오늘도,
그 짐은 선생의 등을 누르고 있군요.”

## 09 ·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

남자의 얼굴이 굳었습니다.

“그러면 그들이 잘못한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하란 말입니까?”

“있었던 일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노승은 곁에 놓인 금이 간 찻잔을 들어 보였습니다.

“이 잔에 금이 갔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은 담지 않지요.
하지만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 10 · 두 손

마당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노승은 따뜻한 차 한 잔을 남자 앞으로 밀었습니다.

남자는 잔을 받으려다 멈췄습니다.

한 손은 자루 끈을 쥐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친구의 이름이 적힌 돌이 있었습니다.

노승은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차에서 올라오는 김이 둘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습니다.

## 11 · 작은 선택

남자는 돌을 마루에 내려놓았습니다.
잔을 받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바닥에는 돌 모서리가 눌린 자국이 남았습니다.
따뜻한 잔을 감싸자, 그제야 손끝이 저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돌을 놓았다고 친구의 이름을 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차가 식기 전까지는,
그 이름이 그의 손을 차지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 12 · 다시 올라오는 마음

차를 마신 뒤에도 남자는 곧바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내려놓으면 그 사람만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노승은 남자의 손바닥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 편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잠시 후, 말을 이었습니다.

“다만 선생의 손이 아팠다는 것은 보이는군요.”

## 13 · 대표 이미지의 순간

남자는 마당으로 내려갔습니다.

비에 젖은 돌바닥 위에 자루를 펼쳤습니다.
젖은 천의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돌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문질러 닳아버린 이름이 빛에 비쳤습니다.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 돌을 자신의 발 옆에 내려놓았습니다.

법당 안으로 아침빛이 들어왔습니다.
부처의 얼굴은 말없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 14 · 쉬운 끝은 없다

남자는 돌을 전부 버리지 못했습니다.

돌을 집어 드는 순간마다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름을 잊으면, 다시 그런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가 끝내 버리지 못한 것은,
상처를 쥐고 있어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몇 개는 여전히 놓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무거운 돌 앞에서는 손이 오래 멈췄습니다.

그는 남은 돌들을 다시 자루에 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노승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늘은 이만큼 가벼워졌군요.”

남자는 처음으로,
다 내려놓지 못한 자신을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 15 · 돌아오는 길

산을 내려가던 중에도 친구의 얼굴은 떠올랐습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그대로였습니다.

남자는 걸음을 멈췄습니다.
자루 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는 손가락을 조금 폈습니다.
한 번 숨을 고르고 다시 걸었습니다.

발밑에서 솔잎이 밟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올라갈 때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였습니다.

## 16 · 같은 말, 다른 행동

며칠 뒤, 그 여인이 다시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손에는 그릇 값이 쥐여 있었습니다.

남자는 한동안 그 손만 보았습니다.
그리고 선반에서 작은 그릇을 내려주었습니다.

여인은 그릇 안쪽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많이 바쁘셨나 봅니다.”

남자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할 말을, 당신에게 했습니다.”

## 17 · 남아 있는 상처

그 뒤로 남자가 모든 사람을 믿게 된 것은 아닙니다.
외상을 줄 때에는 날짜와 값을 적었습니다.
돈을 맡길 때에도 전보다 꼼꼼히 살폈습니다.

달라진 것은 하나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이미 떠난 그 친구와 같은 사람인지 먼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 18 · 마지막 이미지와 여운

자루는 여전히 작업대 아래에 있었습니다.
어떤 날에는 돌을 꺼냈다가 다시 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돌을 들여다본 뒤,
깎다 만 그릇으로 손을 돌릴 때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가 만들어야 할 그릇은 아직 많았습니다.
그 그릇을 받아들 손들도,
그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손에도 오래 쥐고 있는 돌이 있나요?

그 돌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오늘은 무엇을 받아들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