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339 --> 00:00:02,632 스님, 자식 걱정을 좀 안 하고 살고 싶어요. 2 00:00:03,123 --> 00:00:05,334 그런데 그러면 제가 나쁜 엄마가 되는 것 같아요. 3 00:00:05,893 --> 00:00:07,902 순자 씨는 그 말을 하려고 아침부터 동네 절을 4 00:00:07,902 --> 00:00:08,552 찾아왔습니다. 5 00:00:08,894 --> 00:00:11,175 법당 앞을 두 번이나 서성이다 도윤 스님과 마주 6 00:00:11,175 --> 00:00:11,729 앉았습니다. 7 00:00:11,772 --> 00:00:13,427 요즘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8 00:00:13,945 --> 00:00:15,762 순자 씨가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습니다. 9 00:00:16,280 --> 00:00:18,260 아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화면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10 00:00:18,765 --> 00:00:19,414 밥은 먹었니. 11 00:00:19,688 --> 00:00:20,677 오늘 연락 온 데는 없고. 12 00:00:20,965 --> 00:00:21,614 전화 한번 해라. 13 00:00:21,739 --> 00:00:23,556 아들이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어요. 14 00:00:24,033 --> 00:00:25,837 넉 달째 일자리를 구하는데 잘 안 되나 봐요. 15 00:00:26,192 --> 00:00:28,772 도윤 스님은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다 순자 씨에게 시선을 16 00:00:28,772 --> 00:00:29,354 돌렸습니다. 17 00:00:29,587 --> 00:00:31,949 아드님도 힘드시겠지만, 어머니도 마음을 많이 18 00:00:31,949 --> 00:00:32,585 쓰셨겠어요. 19 00:00:32,954 --> 00:00:34,654 순자 씨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20 00:00:34,654 --> 00:00:36,146 아침에 눈뜨면 그 생각부터 나요. 21 00:00:36,492 --> 00:00:38,798 밤에는 혹시 연락이 왔을까 봐 전화기를 머리맡에 22 00:00:38,798 --> 00:00:39,158 두고요. 23 00:00:39,816 --> 00:00:42,164 애가 서른넷인데, 저는 아직도 혼자 길에 내놓은 것 24 00:00:42,164 --> 00:00:42,496 같아요. 25 00:00:42,913 --> 00:00:45,013 아드님과 통화하시면 어떤 말씀을 하십니까? 26 00:00:45,105 --> 00:00:46,357 좋은 소식 없느냐고 묻죠. 27 00:00:46,817 --> 00:00:48,719 어디든 빨리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하고. 28 00:00:49,221 --> 00:00:50,501 다 걱정돼서 하는 말이에요. 29 00:00:51,102 --> 00:00:53,230 순자 씨는 손가락으로 가방 모서리를 문질렀습니다. 30 00:00:53,450 --> 00:00:55,281 며칠 전에는 애가 그러더라고요. 31 00:00:55,656 --> 00:00:57,947 엄마, 나도 매일 알아보고 있으니까 그만 좀 32 00:00:57,947 --> 00:00:58,492 물어보라고. 33 00:00:59,065 --> 00:01:01,151 그날 순자 씨는 서운해서 전화를 먼저 끊었습니다. 34 00:01:01,695 --> 00:01:03,145 그러고는 저녁을 먹지 못했습니다. 35 00:01:03,223 --> 00:01:05,846 저는 애 편인데, 애는 제가 부담스러운가 봐요. 36 00:01:06,603 --> 00:01:08,052 스님은 잠시 기다렸다 물었습니다. 37 00:01:08,159 --> 00:01:10,697 아드님이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 다음에, 38 00:01:11,058 --> 00:01:12,847 어머니 마음에는 어떤 말이 따라옵니까? 39 00:01:13,519 --> 00:01:14,643 순자 씨가 눈을 들었습니다. 40 00:01:14,679 --> 00:01:15,596 무슨 말이요? 41 00:01:15,596 --> 00:01:17,549 그 소식을 듣고 혼자 계실 때, 자신에게 하시는 42 00:01:17,549 --> 00:01:18,005 말씀이요. 43 00:01:18,559 --> 00:01:19,972 순자 씨는 한참 생각했습니다. 44 00:01:20,067 --> 00:01:21,871 이러다 영영 자리 못 잡으면 어떡하나. 45 00:01:22,235 --> 00:01:23,594 내가 좀 더 잘 가르쳤어야 했나. 46 00:01:23,771 --> 00:01:25,022 다른 집 애들은 다 잘 사는데……. 47 00:01:25,454 --> 00:01:26,598 마지막 말은 작아졌습니다. 48 00:01:26,761 --> 00:01:29,602 애가 힘든 것도 속상한데, 제가 엄마 노릇을 잘못한 것 49 00:01:29,602 --> 00:01:29,965 같아요. 50 00:01:30,424 --> 00:01:31,367 도윤 스님이 말했습니다. 51 00:01:31,367 --> 00:01:33,534 불교 경전에 두 화살의 비유가 나옵니다. 52 00:01:34,033 --> 00:01:36,336 몸에 아픔이 생겼을 때 마음의 괴로움까지 더해지는 53 00:01:36,336 --> 00:01:38,962 모습을, 화살을 맞은 자리에 다시 화살을 맞는 것에 54 00:01:38,962 --> 00:01:39,527 비유하지요. 55 00:01:40,026 --> 00:01:41,144 순자 씨가 가만히 들었습니다. 56 00:01:41,144 --> 00:01:43,931 그 비유를 오늘 어머니의 마음에 빌려서 살펴봅시다. 57 00:01:44,349 --> 00:01:46,301 아드님이 일자리를 잃은 어려움은 실제로 있습니다. 58 00:01:46,626 --> 00:01:49,439 그런데 그 위에, 이 아이는 앞으로도 안 될 거야, 59 00:01:49,642 --> 00:01:51,945 나는 실패한 엄마야 하는 결론까지 얹고 계신 건 60 00:01:51,945 --> 00:01:52,375 아닐까요. 61 00:01:52,497 --> 00:01:54,694 그럼 제가 괜히 걱정한다는 말씀이세요? 62 00:01:54,694 --> 00:01:55,118 아닙니다. 63 00:01:55,510 --> 00:01:56,930 어려움도 걱정도 실제이지요. 64 00:01:57,183 --> 00:01:59,765 다만 아직 알 수 없는 앞날까지 나쁜 쪽으로 확정하면, 65 00:02:00,212 --> 00:02:02,600 오늘 감당할 몫보다 마음의 짐이 훨씬 커집니다. 66 00:02:03,227 --> 00:02:04,909 순자 씨는 휴대전화 화면을 껐습니다. 67 00:02:05,149 --> 00:02:07,440 제가 애한테 자꾸 다그치는 것도 그것 때문일까요? 68 00:02:07,541 --> 00:02:08,740 그럴 수 있겠지요. 69 00:02:08,841 --> 00:02:11,621 지금 도와줄 일을 찾는 것과, 두려워서 같은 답을 거듭 70 00:02:11,621 --> 00:02:12,709 확인하는 것은 다릅니다. 71 00:02:13,073 --> 00:02:14,880 다음에 전화를 걸기 전에 한번 살펴보세요. 72 00:02:15,258 --> 00:02:17,941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물으려는지, 내 불안을 급히 73 00:02:17,941 --> 00:02:18,697 잠재우려는지. 74 00:02:19,089 --> 00:02:21,477 순자 씨는 어젯밤 보냈다 지운 메시지를 떠올렸습니다. 75 00:02:21,882 --> 00:02:23,357 아들이 이미 답했던 질문이었습니다. 76 00:02:23,389 --> 00:02:26,372 그런데 스님, 제가 마음을 놓으면 누가 애를 챙겨줘요? 77 00:02:26,501 --> 00:02:28,737 부모까지 그냥 두면 정말 혼자가 되잖아요. 78 00:02:29,336 --> 00:02:30,770 도윤 스님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79 00:02:30,899 --> 00:02:33,651 마음을 놓는다는 말을, 아이에게서 돌아서라는 말처럼 80 00:02:33,651 --> 00:02:34,241 들으셨군요. 81 00:02:34,397 --> 00:02:35,306 네. 82 00:02:35,518 --> 00:02:36,495 저는 그게 안 돼요. 83 00:02:36,792 --> 00:02:38,818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잘 간직하셔야지요. 84 00:02:39,171 --> 00:02:40,966 우리가 살펴볼 것은, 그 사랑에 붙어 있는 85 00:02:40,966 --> 00:02:41,698 조급함입니다. 86 00:02:41,940 --> 00:02:44,397 스님은 순자 씨가 놓아둔 전화기를 가리켰습니다. 87 00:02:44,625 --> 00:02:46,920 어머니가 오늘 전화를 걸어 아이 말을 들어줄 수는 88 00:02:46,920 --> 00:02:47,360 있습니다. 89 00:02:47,713 --> 00:02:49,711 형편이 허락하면 반찬을 나눠줄 수도 있지요. 90 00:02:49,967 --> 00:02:52,610 하지만 어느 회사에서 언제 연락이 올지까지 어머니가 91 00:02:52,610 --> 00:02:53,648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92 00:02:54,266 --> 00:02:56,055 순자 씨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습니다. 93 00:02:56,130 --> 00:02:57,266 그걸 어떻게 기다려요. 94 00:02:57,799 --> 00:02:59,464 잘될 거라는 말이라도 듣고 싶은데. 95 00:02:59,733 --> 00:03:02,065 저도 언제 잘될 거라고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96 00:03:02,557 --> 00:03:05,451 다만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결과를 오늘 꼭 받아내려는 97 00:03:05,451 --> 00:03:07,218 마음은 잠시 쉬게 할 수 있겠지요. 98 00:03:07,218 --> 00:03:09,040 그래도 저는 계속 불안할 텐데요. 99 00:03:09,040 --> 00:03:11,567 그럴 때마다 불안하구나 하고 알아차리세요. 100 00:03:11,864 --> 00:03:13,988 걱정이 다시 생겼다고 자신을 꾸짖지는 마시고요. 101 00:03:14,452 --> 00:03:16,937 그다음에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고르는 겁니다. 102 00:03:17,095 --> 00:03:18,412 도윤 스님이 물었습니다. 103 00:03:18,577 --> 00:03:20,884 오늘 아드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104 00:03:21,388 --> 00:03:23,070 취업 얘기를 잠깐 빼고 생각해보세요. 105 00:03:23,561 --> 00:03:25,229 순자 씨가 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106 00:03:25,707 --> 00:03:28,830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에 지원했는지, 통장에는 얼마가 107 00:03:28,830 --> 00:03:29,344 남았는지. 108 00:03:29,740 --> 00:03:32,266 묻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떠오르지 109 00:03:32,266 --> 00:03:32,767 않았습니다. 110 00:03:32,959 --> 00:03:34,168 조금 뒤 순자 씨가 말했습니다. 111 00:03:34,168 --> 00:03:35,811 너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12 00:03:35,811 --> 00:03:36,406 왜요? 113 00:03:36,694 --> 00:03:37,875 애가 얼마나 성실한데요. 114 00:03:37,875 --> 00:03:39,871 비 오는 날에도 지각할까 봐 한 시간씩 먼저 나가던 115 00:03:39,871 --> 00:03:40,195 애예요. 116 00:03:40,442 --> 00:03:41,988 자기가 못나서 이렇게 된 줄 알까 봐……. 117 00:03:42,384 --> 00:03:43,767 순자 씨의 목소리가 잠겼습니다. 118 00:03:44,109 --> 00:03:45,220 스님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119 00:03:45,304 --> 00:03:47,515 그 말씀은 아드님에게 해보셨습니까? 120 00:03:47,857 --> 00:03:49,158 순자 씨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121 00:03:49,242 --> 00:03:50,204 해이해질까 봐요. 122 00:03:50,586 --> 00:03:52,556 괜찮다고 하면 그냥 주저앉을까 봐. 123 00:03:52,556 --> 00:03:55,251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지금 힘든 아이를 아껴주는 124 00:03:55,251 --> 00:03:56,691 마음은 함께할 수 있습니다. 125 00:03:57,061 --> 00:03:59,563 노력할 힘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결과 하나로 126 00:03:59,674 --> 00:04:01,305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지 않는 것이지요. 127 00:04:01,580 --> 00:04:03,183 순자 씨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습니다. 128 00:04:03,798 --> 00:04:05,579 자신은 아들이 기죽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129 00:04:05,826 --> 00:04:08,600 그런데 통화할 때마다 아직 부족한 것부터 꺼냈습니다. 130 00:04:08,984 --> 00:04:11,159 제가 아껴주는 마음은 제대로 말을 안 했네요. 131 00:04:11,393 --> 00:04:12,684 순자 씨가 눈가를 닦았습니다. 132 00:04:12,768 --> 00:04:14,290 이렇게 말하고 보니 더 미안해요. 133 00:04:14,959 --> 00:04:16,386 애가 힘들 때 엄마라는 사람이……. 134 00:04:16,606 --> 00:04:17,352 순자 씨. 135 00:04:17,559 --> 00:04:18,836 도윤 스님이 이름을 불렀습니다. 136 00:04:18,920 --> 00:04:21,286 지금도 잘못한 엄마라는 말부터 하고 계시네요. 137 00:04:21,656 --> 00:04:22,867 순자 씨의 손이 멈췄습니다. 138 00:04:22,867 --> 00:04:25,984 아드님에게 일자리 하나로 너 자신을 나쁘게 보지 말라고 139 00:04:25,984 --> 00:04:26,812 해주고 싶으셨지요. 140 00:04:27,113 --> 00:04:29,588 어머니도 오늘 서툴렀던 말 몇 마디로 살아오신 날들을 141 00:04:29,876 --> 00:04:31,305 모두 나쁘게 보지는 마세요. 142 00:04:31,305 --> 00:04:33,103 창밖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43 00:04:33,361 --> 00:04:35,003 순자 씨는 마루 끝을 바라보았습니다. 144 00:04:35,078 --> 00:04:37,953 불교에서 자애의 마음은 여러 존재의 안녕을 넓게 바라는 145 00:04:37,953 --> 00:04:38,476 마음입니다. 146 00:04:39,137 --> 00:04:41,677 우리도 그 마음을 연습할 때, 가까운 사람을 향하던 147 00:04:41,856 --> 00:04:43,563 따뜻함을 조금씩 넓혀볼 수 있겠지요. 148 00:04:44,159 --> 00:04:46,282 어머니 자신도 미워할 대상으로 남겨두지 마시고요. 149 00:04:46,475 --> 00:04:47,554 순자 씨가 작게 물었습니다. 150 00:04:47,554 --> 00:04:50,040 애는 그렇게 힘든데, 제가 편해도 될까요? 151 00:04:50,040 --> 00:04:52,611 어머니가 밥 한 끼 편히 드신다고 아드님이 덜 152 00:04:52,611 --> 00:04:53,751 소중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153 00:04:54,029 --> 00:04:56,348 그 말을 듣자 순자 씨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154 00:04:56,798 --> 00:04:59,502 아들이 힘들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친구와 웃고 돌아온 155 00:04:59,502 --> 00:05:00,841 날이면 괜히 미안했습니다. 156 00:05:01,132 --> 00:05:03,279 맛있는 것을 먹다가도 젓가락을 놓았습니다. 157 00:05:03,504 --> 00:05:05,691 자신까지 괴로워해야 아들 곁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158 00:05:05,743 --> 00:05:07,669 저는 제가 웃으면 안 되는 줄 알았어요. 159 00:05:07,669 --> 00:05:09,619 스님은 휴지 상자를 가까이 놓아주었습니다. 160 00:05:10,181 --> 00:05:11,971 순자 씨가 말을 이을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161 00:05:12,287 --> 00:05:14,019 애를 두고 저만 잘 사는 것 같아서요. 162 00:05:14,088 --> 00:05:15,385 많이 애쓰셨습니다. 163 00:05:15,889 --> 00:05:18,347 이제는 어머니 마음도 돌보면서 아이 곁에 있어보세요. 164 00:05:18,939 --> 00:05:21,180 사랑을 꼭 괴로움으로만 표현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165 00:05:21,946 --> 00:05:24,012 비가 잦아들자 순자 씨가 가방을 챙겼습니다. 166 00:05:24,052 --> 00:05:26,535 집에 가면 또 전화기부터 볼 것 같아요. 167 00:05:26,535 --> 00:05:27,744 그럴 수 있지요. 168 00:05:27,987 --> 00:05:30,282 오늘은 보시더라도 바로 전화하지 말고, 잠깐 169 00:05:30,282 --> 00:05:30,882 멈춰보세요. 170 00:05:31,444 --> 00:05:33,419 스님은 순자 씨와 함께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171 00:05:33,419 --> 00:05:34,091 내쉬었습니다. 172 00:05:34,770 --> 00:05:36,372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조금 빠졌습니다. 173 00:05:36,513 --> 00:05:38,478 그리고 무엇을 전할지 골라보는 겁니다. 174 00:05:38,895 --> 00:05:41,611 답을 재촉하는 질문 대신, 아까 여기서 하셨던 말씀을 175 00:05:41,611 --> 00:05:42,352 전해도 좋겠지요. 176 00:05:42,352 --> 00:05:44,225 너 성실한 거 엄마가 안다고요? 177 00:05:44,225 --> 00:05:45,042 네. 178 00:05:45,445 --> 00:05:46,596 도움도 먼저 물어보시고요. 179 00:05:47,203 --> 00:05:49,995 지금 들어주면 좋겠는지, 함께 알아보면 좋겠는지. 180 00:05:50,157 --> 00:05:51,518 순자 씨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181 00:05:51,638 --> 00:05:53,754 오늘 제가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겠네요. 182 00:05:53,754 --> 00:05:55,524 그것도 작은 일이 아닙니다. 183 00:05:56,151 --> 00:05:57,879 신발을 신던 순자 씨가 돌아보았습니다. 184 00:05:58,126 --> 00:06:00,630 스님, 또 마음이 복잡해지면 와도 되죠? 185 00:06:01,144 --> 00:06:01,857 그럼요. 186 00:06:02,230 --> 00:06:04,353 다음에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도 들려주세요. 187 00:06:04,699 --> 00:06:06,948 집에 돌아온 순자 씨는 아들에게 메시지를 썼습니다. 188 00:06:07,012 --> 00:06:08,951 엄마가 걱정돼서 같은 걸 자꾸 물었지. 189 00:06:09,381 --> 00:06:10,277 부담 줘서 미안해. 190 00:06:10,693 --> 00:06:12,195 네가 성실하게 애쓰는 건 엄마가 알아. 191 00:06:12,343 --> 00:06:13,831 지금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줘. 192 00:06:14,529 --> 00:06:16,511 보내고 나서도 손은 전화기를 놓지 못했습니다. 193 00:06:16,702 --> 00:06:17,978 곧장 답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194 00:06:18,182 --> 00:06:19,572 혹시 서운해서 안 읽나. 195 00:06:19,819 --> 00:06:20,587 무슨 일이 생겼나. 196 00:06:20,820 --> 00:06:21,955 익숙한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197 00:06:22,259 --> 00:06:23,782 순자 씨는 입 밖으로 작게 말했습니다. 198 00:06:23,782 --> 00:06:25,453 내가 또 불안하구나. 199 00:06:25,624 --> 00:06:26,536 창문을 열었습니다. 200 00:06:27,040 --> 00:06:29,145 비가 그친 골목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201 00:06:29,608 --> 00:06:32,619 순자 씨는 저녁밥을 안치고 아들에게 줄 반찬은 내일 202 00:06:32,619 --> 00:06:33,794 필요한지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203 00:06:34,174 --> 00:06:35,765 밥을 먹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습니다. 204 00:06:36,089 --> 00:06:36,556 엄마. 205 00:06:37,047 --> 00:06:39,179 순자 씨는 좋은 소식이 있느냐는 말을 삼켰습니다. 206 00:06:39,337 --> 00:06:39,845 응. 207 00:06:40,350 --> 00:06:40,928 오늘 어땠어? 208 00:06:41,224 --> 00:06:42,427 아들이 잠깐 뜸을 들였습니다. 209 00:06:42,501 --> 00:06:43,482 별로였어. 210 00:06:43,764 --> 00:06:44,828 면접 본 데서 또 안 됐대. 211 00:06:45,083 --> 00:06:46,424 순자 씨의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212 00:06:46,568 --> 00:06:48,103 어디가 부족했느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213 00:06:48,663 --> 00:06:50,796 이번에는 아들의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214 00:06:50,856 --> 00:06:52,216 좀 창피해서 말을 못 했어. 215 00:06:52,216 --> 00:06:52,892 그랬구나. 216 00:06:53,146 --> 00:06:53,835 속상했겠다. 217 00:06:53,923 --> 00:06:55,306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습니다. 218 00:06:55,797 --> 00:06:57,000 한참 뒤 아들이 말했습니다. 219 00:06:57,074 --> 00:06:58,610 오늘은 그냥 얘기 좀 해도 돼? 220 00:06:59,073 --> 00:07:00,442 어디 지원할지는 내일 생각하고. 221 00:07:00,974 --> 00:07:02,292 순자 씨는 수저를 내려놓았습니다. 222 00:07:02,292 --> 00:07:02,815 그래. 223 00:07:02,973 --> 00:07:03,888 엄마 듣고 있어. 224 00:07:03,888 --> 00:07:05,723 아들의 취업은 그날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225 00:07:06,193 --> 00:07:08,950 순자 씨도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다시 아들 생각이 226 00:07:08,950 --> 00:07:09,427 났습니다. 227 00:07:09,883 --> 00:07:12,349 하지만 전처럼 하루를 전부 걱정에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228 00:07:12,942 --> 00:07:14,379 물을 끓이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229 00:07:14,643 --> 00:07:17,058 산책하자는 친구의 전화에도 이번에는 나가겠다고 230 00:07:17,058 --> 00:07:17,507 했습니다. 231 00:07:17,977 --> 00:07:19,455 며칠 뒤 아들이 집에 들렀습니다. 232 00:07:19,706 --> 00:07:21,499 둘은 냉장고를 열어 반찬을 골랐습니다. 233 00:07:22,011 --> 00:07:23,722 순자 씨는 빈 통을 건네며 물었습니다. 234 00:07:23,753 --> 00:07:25,197 얼마나 가져갈래? 235 00:07:25,197 --> 00:07:25,939 이만큼이면 돼. 236 00:07:26,137 --> 00:07:26,951 엄마 것도 남겨놔. 237 00:07:27,221 --> 00:07:29,351 순자 씨는 남은 반찬을 작은 그릇에 담았습니다. 238 00:07:29,925 --> 00:07:31,360 아들이 밥솥을 열며 말했습니다. 239 00:07:31,616 --> 00:07:33,630 엄마, 우리 지금 같이 먹고 갈까? 240 00:07:33,799 --> 00:07:34,310 그러자. 241 00:07:34,551 --> 00:07:36,174 순자 씨가 수저 두 벌을 꺼냈습니다. 242 00:07:36,879 --> 00:07:39,163 식탁에 앉은 아들이 반찬을 맛보다 조금 짜다며 243 00:07:39,163 --> 00:07:39,702 웃었습니다. 244 00:07:40,233 --> 00:07:42,015 순자 씨도 웃으며 물컵을 밀어주었습니다. 245 00:07:42,618 --> 00:07:44,801 전화기를 보느라 식어버리던 밥이, 그날은 아직 246 00:07:44,801 --> 00:07:45,745 따뜻했습니다. 247 00:07:45,943 --> 00:07:47,335 이야기, 마음에 드셨나요? 248 00:07:47,931 --> 00:07:48,925 구독으로 함께해 주세요. 249 00:07:49,123 --> 00:07:50,627 여러분의 고민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250 00:07:51,063 --> 00:07:52,208 스님께 물어봐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