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115 --> 00:00:02,767 지안 스님, 제 딸한테 편지 한 장만 써주실래요? 2 00:00:03,121 --> 00:00:05,097 김영순 씨가 가방에서 봉투를 꺼냈습니다. 3 00:00:05,365 --> 00:00:07,240 모서리가 조금 구겨진 흰 봉투였습니다. 4 00:00:07,695 --> 00:00:10,543 동네 절의 지안 스님은 찻잔을 옆으로 밀고 종이를 5 00:00:10,543 --> 00:00:11,066 폈습니다. 6 00:00:11,176 --> 00:00:12,341 뭐라고 전해드릴까요? 7 00:00:12,341 --> 00:00:14,820 가게 안 된다고 끼니 거르지 말라고요. 8 00:00:15,232 --> 00:00:16,690 엄마는 잘 있으니까 걱정 말고. 9 00:00:17,002 --> 00:00:19,279 스님이 적는 동안 영순 씨는 입술을 움직였습니다. 10 00:00:19,893 --> 00:00:21,806 조금 전에 자기가 한 말을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것 11 00:00:21,806 --> 00:00:22,386 같았습니다. 12 00:00:22,467 --> 00:00:23,666 또 하실 말씀은요? 13 00:00:24,251 --> 00:00:25,718 한참 뒤 영순 씨가 말했습니다. 14 00:00:25,718 --> 00:00:27,924 나는 네가 내 딸이라서 참 좋다. 15 00:00:28,048 --> 00:00:29,023 그것도 써주세요. 16 00:00:29,023 --> 00:00:31,216 스님은 말없이 그 문장을 아래에 적었습니다. 17 00:00:31,665 --> 00:00:34,335 영순 씨의 딸 수진은 다른 도시에서 작은 미용실을 18 00:00:34,335 --> 00:00:34,780 했습니다. 19 00:00:35,216 --> 00:00:37,926 요즘 손님이 줄어 늦게까지 문을 열어둔다는 말을 20 00:00:37,926 --> 00:00:38,453 들었습니다. 21 00:00:38,875 --> 00:00:39,903 전화는 자주 했습니다. 22 00:00:40,203 --> 00:00:42,138 하지만 마음먹은 말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23 00:00:42,479 --> 00:00:45,542 딸이 괜찮다고 하면 영순 씨도 괜찮다고 했고, 손님이 24 00:00:45,542 --> 00:00:47,125 왔다고 하면 얼른 끊으라고 했습니다. 25 00:00:47,507 --> 00:00:50,488 그래서 이번에는 딸이 혼자 있을 때 꺼내 읽을 편지를 26 00:00:50,488 --> 00:00:51,492 보내고 싶었습니다. 27 00:00:51,492 --> 00:00:53,164 영순 씨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28 00:00:53,598 --> 00:00:56,132 어릴 때 동생들을 돌봤고, 조금 커서는 남의 집 일을 29 00:00:56,132 --> 00:00:56,599 했습니다. 30 00:00:56,964 --> 00:00:59,563 딸은 어머니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31 00:01:00,371 --> 00:01:02,989 집으로 온 중요한 우편물은 사진을 받아 읽어주곤 32 00:01:02,989 --> 00:01:03,697 했습니다. 33 00:01:03,697 --> 00:01:06,588 다만 딸에게 보낼 편지까지 딸에게 부탁할 수는 34 00:01:06,588 --> 00:01:07,349 없었습니다. 35 00:01:07,349 --> 00:01:10,597 지안 스님은 다 쓴 편지를 천천히 읽어주었습니다. 36 00:01:10,597 --> 00:01:13,211 영순 씨는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들었습니다. 37 00:01:13,556 --> 00:01:13,656 네. 38 00:01:13,656 --> 00:01:14,562 딱 그 말이에요. 39 00:01:14,562 --> 00:01:16,878 그러다 종이 아래쪽을 가리켰습니다. 40 00:01:16,878 --> 00:01:18,984 스님, 여기 수진이가 어디 있어요? 41 00:01:19,023 --> 00:01:21,047 스님이 딸의 이름 아래에 손가락을 놓았습니다. 42 00:01:21,848 --> 00:01:23,794 영순 씨는 그 세 글자를 오래 보았습니다. 43 00:01:23,896 --> 00:01:26,841 내가 평생 부른 이름인데, 써놓으면 못 알아보네요. 44 00:01:27,435 --> 00:01:30,197 스님은 편지를 접어 봉투에 넣고 딸의 주소까지 45 00:01:30,197 --> 00:01:30,968 적어주었습니다. 46 00:01:31,562 --> 00:01:33,492 그리고 남은 종이 한 장에 크게 썼습니다. 47 00:01:33,896 --> 00:01:34,349 수진아. 48 00:01:34,420 --> 00:01:35,714 이름부터 한번 써보실래요? 49 00:01:36,070 --> 00:01:37,571 영순 씨가 손을 뒤로 뺐습니다. 50 00:01:37,848 --> 00:01:39,397 아이고, 저는 못 해요. 51 00:01:39,816 --> 00:01:41,365 오늘 다 배우자는 건 아니고요. 52 00:01:41,959 --> 00:01:43,939 원하시면 제가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53 00:01:43,939 --> 00:01:46,238 영순 씨는 잠시 망설이다 연필을 잡았습니다. 54 00:01:46,735 --> 00:01:48,328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갔습니다. 55 00:01:48,794 --> 00:01:50,507 첫 글자가 종이 반을 차지했습니다. 56 00:01:51,183 --> 00:01:53,241 뒤의 글자는 쓸 자리가 모자랐습니다. 57 00:01:53,241 --> 00:01:53,683 거봐요. 58 00:01:54,076 --> 00:01:54,929 종이만 버렸네. 59 00:01:55,352 --> 00:01:58,051 스님은 새 종이를 버리지도, 서둘러 덮지도 않았습니다. 60 00:01:58,239 --> 00:02:00,148 그 아래에 손가락으로 자리를 짚었습니다. 61 00:02:00,262 --> 00:02:01,936 이번에는 여기서 시작해볼까요? 62 00:02:02,490 --> 00:02:04,208 두 번째 이름은 한 줄 안에 들어갔습니다. 63 00:02:04,367 --> 00:02:07,243 영순 씨는 그 종이도 봉투와 함께 가방에 넣었습니다. 64 00:02:07,929 --> 00:02:10,072 문 앞에서 신발을 신던 영순 씨가 돌아봤습니다. 65 00:02:10,098 --> 00:02:11,772 스님은 다음 주에도 계세요? 66 00:02:11,872 --> 00:02:13,221 수요일 오후에는 있습니다. 67 00:02:13,221 --> 00:02:15,289 그럼 그때 조금만 더 가르쳐주세요. 68 00:02:15,289 --> 00:02:18,890 다음 수요일, 찻상 한쪽에 공책과 굵은 연필이 놓여 69 00:02:18,890 --> 00:02:19,462 있었습니다. 70 00:02:19,617 --> 00:02:23,089 영순 씨가 손에 힘을 너무 주던 걸 보고 스님이 준비한 71 00:02:23,089 --> 00:02:23,879 것이었습니다. 72 00:02:23,879 --> 00:02:26,543 두 사람은 일주일에 두 번, 삼십 분씩 만나기로 73 00:02:26,543 --> 00:02:27,170 했습니다. 74 00:02:27,170 --> 00:02:30,258 절 일이 겹치는 날은 미리 시간을 바꿨습니다. 75 00:02:30,258 --> 00:02:33,509 스님은 일정을 적는 수첩에 영순 씨와 약속한 시간도 76 00:02:33,509 --> 00:02:34,347 적었습니다. 77 00:02:34,347 --> 00:02:36,465 처음에는 자기 이름과 딸의 이름을 썼습니다. 78 00:02:36,968 --> 00:02:38,913 그다음에는 자음과 모음을 익혔습니다. 79 00:02:39,473 --> 00:02:42,545 받침이 붙으면 앞에서 읽었던 글자도 다시 헷갈렸습니다. 80 00:02:42,545 --> 00:02:45,986 영순 씨가 같은 것을 물어도 스님은 공책을 앞으로 당겨 81 00:02:46,119 --> 00:02:47,147 다시 써주었습니다. 82 00:02:47,519 --> 00:02:50,557 답답해하는 영순 씨를 두고 먼저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83 00:02:50,557 --> 00:02:51,242 않았습니다. 84 00:02:51,242 --> 00:02:52,959 한 달쯤 지나 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85 00:02:53,522 --> 00:02:55,786 전에 스님이 써준 편지를 잘 받았다고 했습니다. 86 00:02:55,966 --> 00:02:57,902 엄마, 그 말 전화로도 좀 해주지. 87 00:02:58,123 --> 00:02:59,185 영순 씨가 웃었습니다. 88 00:02:59,229 --> 00:03:00,496 읽었으면 됐지. 89 00:03:00,636 --> 00:03:02,899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은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90 00:03:03,257 --> 00:03:05,484 이번에는 자기 손으로 써서 보내고 싶었습니다. 91 00:03:05,484 --> 00:03:07,911 두 달째 되던 주에 영순 씨가 수업에 오지 않았습니다. 92 00:03:08,511 --> 00:03:10,468 다음 시간에도 못 가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93 00:03:11,009 --> 00:03:12,187 지안 스님이 물었습니다. 94 00:03:12,361 --> 00:03:13,568 시간이 안 맞으세요? 95 00:03:14,050 --> 00:03:15,170 다른 날로 바꿔도 됩니다. 96 00:03:15,285 --> 00:03:15,845 아니요. 97 00:03:16,328 --> 00:03:17,800 스님만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요. 98 00:03:18,106 --> 00:03:20,239 영순 씨는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99 00:03:20,721 --> 00:03:23,324 딸의 이름을 보지 않고 써보려다가 또 틀렸습니다. 100 00:03:23,968 --> 00:03:26,642 앞장을 넘겨보고 고쳐도 다음 줄에서 같은 글자가 101 00:03:26,642 --> 00:03:27,262 틀렸습니다. 102 00:03:27,362 --> 00:03:29,701 젊을 때 못 배운 걸 이제 와서 뭘 하겠어요. 103 00:03:30,110 --> 00:03:31,993 편지는 그냥 또 부탁드리면 되지. 104 00:03:32,534 --> 00:03:34,197 스님은 잠시 듣고 있다가 말했습니다. 105 00:03:34,253 --> 00:03:35,725 편지는 언제든 써드릴게요. 106 00:03:36,237 --> 00:03:37,268 공부를 그만하셔도요. 107 00:03:37,839 --> 00:03:39,310 영순 씨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108 00:03:39,411 --> 00:03:42,731 그런데 정말 그만하고 싶으신 건지, 자꾸 틀려서 109 00:03:42,731 --> 00:03:44,365 속상하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110 00:03:45,376 --> 00:03:47,524 수화기에서 작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났습니다. 111 00:03:47,668 --> 00:03:48,479 속상하죠. 112 00:03:48,697 --> 00:03:50,139 나도 내 딸 이름쯤은 쓰고 싶죠. 113 00:03:50,181 --> 00:03:53,678 그럼 다음에는 새 글자 안 배우고, 그 이름만 같이 114 00:03:53,678 --> 00:03:53,989 써요. 115 00:03:54,207 --> 00:03:56,589 영순 씨는 다음 수요일에 공책을 들고 왔습니다. 116 00:03:57,160 --> 00:04:00,116 지안 스님은 새 장을 펴는 대신 맨 앞장을 펼쳤습니다. 117 00:04:00,569 --> 00:04:02,408 첫날 써놓은 커다란 이름이 있었습니다. 118 00:04:02,758 --> 00:04:05,714 그리고 바로 옆에 오늘 날짜를 적고 연필을 건넸습니다. 119 00:04:06,035 --> 00:04:07,932 영순 씨가 천천히 딸의 이름을 썼습니다. 120 00:04:08,415 --> 00:04:11,324 한 글자에서 멈추자 스님이 작은 종이에 그 부분만 121 00:04:11,324 --> 00:04:12,091 보여주었습니다. 122 00:04:12,573 --> 00:04:15,174 다 쓰고 나서 두 사람은 처음 쓴 이름과 나란히 놓고 123 00:04:15,174 --> 00:04:15,764 보았습니다. 124 00:04:15,879 --> 00:04:17,718 이건 제가 쓴 것 같지도 않네요. 125 00:04:18,245 --> 00:04:20,069 영순 씨가 첫날 글씨를 보고 웃었습니다. 126 00:04:20,522 --> 00:04:22,376 그날은 세 줄만 쓰고 공책을 덮었습니다. 127 00:04:22,976 --> 00:04:25,488 그 뒤로 스님은 집에서 할 공부도 하루 한 줄씩만 128 00:04:25,488 --> 00:04:26,269 정해주었습니다. 129 00:04:26,884 --> 00:04:29,264 틀린 글자가 있으면 그 옆에 바른 글자를 써서 130 00:04:29,264 --> 00:04:29,987 비교했습니다. 131 00:04:30,572 --> 00:04:32,911 공책 한 장 전체를 다시 쓰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132 00:04:33,481 --> 00:04:36,187 날이 더워졌다가, 저녁 바람이 선선해졌습니다. 133 00:04:36,626 --> 00:04:39,623 영순 씨는 장을 보다가 자기가 배운 글자를 만나면 다음 134 00:04:39,623 --> 00:04:40,593 수업에서 이야기했습니다. 135 00:04:40,593 --> 00:04:43,519 스님, 오늘 간판에서 수 자를 찾았어요. 136 00:04:44,192 --> 00:04:46,808 스님은 다음 글자를 쓰려던 연필을 내려놓고 어디에서 137 00:04:46,808 --> 00:04:47,721 봤는지 물었습니다. 138 00:04:48,027 --> 00:04:50,261 그날 영순 씨는 글씨보다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139 00:04:50,261 --> 00:04:50,777 갔습니다. 140 00:04:51,069 --> 00:04:53,523 반년 가까이 지났을 때, 영순 씨가 먼저 말했습니다. 141 00:04:53,523 --> 00:04:55,112 이제 편지 한번 써볼래요. 142 00:04:55,918 --> 00:04:58,271 스님은 처음 부탁받았던 편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43 00:04:59,003 --> 00:05:01,633 이번에는 영순 씨가 하고 싶은 말을 짧게 나눠 함께 144 00:05:01,633 --> 00:05:02,326 연습했습니다. 145 00:05:02,779 --> 00:05:05,955 혼자 읽고 쓰기 어려운 글자는 공책에서 찾아보았습니다. 146 00:05:06,247 --> 00:05:08,409 짧은 편지 한 장을 쓰는 데 며칠이 걸렸습니다. 147 00:05:09,097 --> 00:05:11,830 영순 씨는 잘못 쓴 글자 위에 선을 긋고 옆에 다시 148 00:05:11,830 --> 00:05:12,362 썼습니다. 149 00:05:12,697 --> 00:05:15,050 마지막 줄의 엄마가는 공책을 보지 않고 썼습니다. 150 00:05:15,621 --> 00:05:16,050 수진아. 151 00:05:16,194 --> 00:05:17,181 밥 잘 챙겨 먹어라. 152 00:05:17,722 --> 00:05:19,297 나는 네가 내 딸이라서 참 좋다. 153 00:05:19,368 --> 00:05:19,796 엄마가. 154 00:05:20,293 --> 00:05:23,394 지안 스님은 편지를 받아 들고 손가락으로 짚으며 함께 155 00:05:23,394 --> 00:05:23,954 읽었습니다. 156 00:05:24,319 --> 00:05:27,143 영순 씨는 자기가 쓴 글자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157 00:05:27,243 --> 00:05:28,125 틀린 데 있어요? 158 00:05:28,125 --> 00:05:29,758 무슨 말씀인지 잘 읽힙니다. 159 00:05:29,785 --> 00:05:31,668 봉투는 아직 스님이 써주세요. 160 00:05:31,916 --> 00:05:32,947 주소는 너무 길어요. 161 00:05:33,429 --> 00:05:35,048 스님이 웃으며 봉투를 가져왔습니다. 162 00:05:35,398 --> 00:05:37,604 영순 씨는 편지를 접으려다가 손을 멈췄습니다. 163 00:05:37,734 --> 00:05:38,603 잠깐만요. 164 00:05:39,027 --> 00:05:40,411 한 번만 더 읽어볼게요. 165 00:05:40,411 --> 00:05:43,065 편지를 보낸 지 며칠 뒤, 가게 문을 닫을 시간에 166 00:05:43,065 --> 00:05:44,228 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167 00:05:44,614 --> 00:05:45,271 엄마. 168 00:05:45,735 --> 00:05:46,693 이거 엄마가 쓴 거야? 169 00:05:46,841 --> 00:05:47,277 응. 170 00:05:47,615 --> 00:05:48,746 지안 스님한테 배웠어. 171 00:05:49,559 --> 00:05:50,958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습니다. 172 00:05:51,123 --> 00:05:52,260 영순 씨가 먼저 물었습니다. 173 00:05:52,260 --> 00:05:54,244 왜, 못 알아보겠어? 174 00:05:54,472 --> 00:05:55,082 아니. 175 00:05:55,356 --> 00:05:55,998 다 읽었어. 176 00:05:56,620 --> 00:05:58,090 잠시 뒤 딸이 말을 이었습니다. 177 00:05:58,090 --> 00:06:00,121 엄마, 나 오늘 밥 못 먹었는데. 178 00:06:00,333 --> 00:06:01,290 지금 시켜 먹으려고. 179 00:06:01,976 --> 00:06:03,992 영순 씨는 전화기를 귀에 바짝 붙였습니다. 180 00:06:04,077 --> 00:06:04,608 그래. 181 00:06:04,883 --> 00:06:05,508 먹고 집에 가. 182 00:06:06,036 --> 00:06:08,368 그다음 쉬는 날, 수진이 어머니를 찾아왔습니다. 183 00:06:08,990 --> 00:06:10,737 가방에는 받은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184 00:06:10,902 --> 00:06:12,286 두 사람은 함께 절에 갔습니다. 185 00:06:13,129 --> 00:06:15,325 수진은 지안 스님에게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186 00:06:15,325 --> 00:06:16,851 엄마한테 들었어요. 187 00:06:17,126 --> 00:06:18,959 같은 걸 그렇게 여러 번 가르쳐주셨다고요. 188 00:06:18,959 --> 00:06:21,054 어머니도 여러 번 오셨어요. 189 00:06:21,487 --> 00:06:22,902 영순 씨가 옆에서 웃었습니다. 190 00:06:23,003 --> 00:06:24,188 두 번은 빠졌어요. 191 00:06:24,188 --> 00:06:25,572 그리고 다시 오셨지요. 192 00:06:26,226 --> 00:06:28,368 수진은 어머니의 공책을 한 장씩 넘겼습니다. 193 00:06:28,849 --> 00:06:32,002 스님이 쓴 글자 아래로 어머니의 글씨가 이어졌습니다. 194 00:06:32,498 --> 00:06:34,198 자기 이름이 여러 장에 걸쳐 있었습니다. 195 00:06:34,504 --> 00:06:36,669 딸은 공책을 덮지 않고 어머니 쪽으로 조금 더 196 00:06:36,669 --> 00:06:37,310 당겼습니다. 197 00:06:37,538 --> 00:06:39,711 엄마, 여기 내 이름 한 번만 써줘. 198 00:06:39,720 --> 00:06:41,763 영순 씨는 빈칸에 딸의 이름을 썼습니다. 199 00:06:42,159 --> 00:06:44,905 수진은 연필을 잡은 어머니의 손을 가만히 보았습니다. 200 00:06:45,287 --> 00:06:47,143 그리고 손을 놓자마자 그 손을 잡았습니다. 201 00:06:47,396 --> 00:06:49,051 나 이 편지 가게에 두려고. 202 00:06:49,591 --> 00:06:51,045 밥 안 먹고 일하려고 하면 보이게. 203 00:06:51,284 --> 00:06:53,326 영순 씨가 딸의 손등을 두 번 두드렸습니다. 204 00:06:53,335 --> 00:06:54,517 손님한테는 자랑하지 마. 205 00:06:55,043 --> 00:06:55,923 글씨도 못 썼는데. 206 00:06:56,133 --> 00:06:56,985 벌써 했는데. 207 00:06:57,209 --> 00:06:58,778 스님 앞에서 모녀가 함께 웃었습니다. 208 00:06:59,332 --> 00:07:01,901 딸이 돌아간 뒤에도 영순 씨는 수요일마다 절에 209 00:07:01,901 --> 00:07:02,408 왔습니다. 210 00:07:02,919 --> 00:07:05,148 아직 혼자 읽지 못하는 글자가 훨씬 많았습니다. 211 00:07:05,473 --> 00:07:08,041 딸이 짧게 적어 보낸 답장도 지안 스님과 함께 212 00:07:08,041 --> 00:07:08,875 읽었습니다. 213 00:07:08,875 --> 00:07:11,778 어느 날은 영순 씨가 공책과 귤 두 개를 찻상에 214 00:07:11,778 --> 00:07:12,321 놓았습니다. 215 00:07:12,930 --> 00:07:15,661 스님 앞으로 한 개를 굴려주고 먼저 공책을 펼쳤습니다. 216 00:07:15,701 --> 00:07:17,382 오늘은 뭘 배우고 싶으세요? 217 00:07:17,597 --> 00:07:19,788 영순 씨가 딸의 답장 마지막 줄을 가리켰습니다. 218 00:07:20,106 --> 00:07:22,124 엄마, 다음에는 내가 편지할게. 219 00:07:22,124 --> 00:07:22,478 이거요. 220 00:07:22,794 --> 00:07:24,847 다음 편지는 제가 먼저 읽어보고 싶어요. 221 00:07:25,365 --> 00:07:27,948 지안 스님이 의자를 당겨 영순 씨 옆에 앉았습니다. 222 00:07:28,373 --> 00:07:30,504 두 사람은 첫 글자부터 천천히 짚었습니다. 223 00:07:31,179 --> 00:07:33,843 차가 식는 동안, 영순 씨의 공책에 새 줄이 하나 224 00:07:33,843 --> 00:07:34,712 늘었습니다. 225 00:07:34,982 --> 00:07:36,449 이야기, 마음에 드셨나요? 226 00:07:36,595 --> 00:07:37,686 구독으로 함께해 주세요. 227 00:07:38,004 --> 00:07:39,674 여러분의 사연도 댓글로 남겨주세요. 228 00:07:39,820 --> 00:07:41,182 영상으로 만들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