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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이야기 · 창작 롱폼

예수님인 줄 모르고 자기 저녁을 내준 분식집 주인

배고픈 손님에게 자기 저녁을 내어준 경희. 평범한 한국 남성 모습의 예수님은 멀어진 가족과 다시 마주 앉는 저녁을 돌려주십니다. 가족은 마지막까지 그분의 정체를 모르는 창작 이야기입니다.

완성 영상

8분 49초 · 한국어 내레이션 · 인물별 색상 자막 · 소리는 플레이어에서 켤 수 있습니다.

썸네일

예수님인 줄 모르고 자기 저녁을 내준 분식집 주인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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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분식집 주인 경희는 평범한 한국 남성 모습의 예수님을 배고픈 손님으로만 알고 자기 저녁을 내어주며, 그날 처음으로 멀어진 딸에게 보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다.
  2. 예수님은 경희가 알려주지 않은 정류장에서 딸 소연과 손주를 만나 경희가 내어준 밥 이야기를 전하고, 모녀가 사과와 그리움을 말하며 다시 만나도록 도우신다.
  3. 혼자 먹던 경희의 식탁에 딸과 손주가 돌아오고 서로의 일상을 돌보는 약속이 생기지만, 가족은 마지막까지 그 고마운 손님이 예수님이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대본 전문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기독교 비유극입니다. 성경의 실제 사건이나 실화·목격담이 아니며 예수님의 대사와 한국인 외형은 창작적 표현입니다.

아직 손대지 않은 밥

경희“밥은 드셨어요?”

경희 씨는 막 뜬 자기 밥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점심 장사를 마치고도 서너 번 미뤘다가, 저녁 일곱 시가 넘어서야 차린 밥상이었습니다.

문 앞의 남자는 물만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짧은 검은 머리에서 빗물이 떨어졌습니다. 남색 점퍼와 운동화를 신은, 골목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한국 남자였습니다.

예수님“아직 못 먹었습니다.”

경희 씨가 자기 앞의 밥상을 맞은편으로 밀었습니다.

경희“그럼 이거 드세요. 아직 숟가락도 안 댔어요.”

그 남자는 예수님이었습니다. 경희 씨는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비 맞고 서 있는 사람이 배고프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물 한 컵이면 된다던 손님

예수님“사장님 식사 아닙니까?”

경희“저야 여기서 밥하는 사람인데요. 또 먹으면 되죠.”

경희 씨는 마른 수건을 꺼내 의자에 놓았습니다. 예수님이 앉자 따뜻한 보리차를 따라주고, 반찬통에 있던 달걀말이도 접시에 덜었습니다.

경희“많지는 않아도 따뜻할 때 드세요.”

예수님은 두 손으로 그릇을 당겼습니다.

예수님“잘 먹겠습니다.”

경희 씨는 주방에 남은 밥을 긁어 작은 그릇에 담았습니다. 아까 자기 몫의 절반도 안 됐지만, 누룽지에 물을 부어 함께 앉으니 그럭저럭 한 끼가 됐습니다.

가게 안에 두 사람이 밥 먹는 소리가 났습니다. 경희 씨가 벽시계 대신 맞은편을 보며 물었습니다.

경희“간은 괜찮아요?”

예수님“네. 오랜만에 천천히 먹습니다.”

경희 씨도 숟가락을 조금 느리게 움직였습니다.

서랍 속 작은 숟가락

예수님이 빈 물컵을 내려놓다가 계산대 아래의 그림을 보았습니다. 색연필로 그린 노란 가게와 세 사람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아이가 그렸나 봅니다.”

경희“손주요. 저게 저래요. 앞치마 입은 사람.”

그림 속 경희 씨는 자기 몸보다 큰 달걀말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경희 씨가 웃다가 서랍을 조금 닫았습니다. 안에는 손잡이에 토끼가 붙은 작은 숟가락도 있었습니다.

손주 지우가 안 온 지 넉 달이었습니다. 딸 소연과도 그동안 전화가 뜸했습니다.

경희 씨에게 맞은편 남자는 잠시 비를 피하러 들어온 손님일 뿐이었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듣고 있는 분이 예수님이시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습니다.

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아이를 돌보며 새 일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넉 달 전, 가게로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연“엄마, 나 며칠만 집에서 쉬면 안 될까?”

경희 씨는 설거지를 하면서 대답했습니다.

경희“쉬는 건 좋은데, 다음 일부터 정해야지. 애도 있는데.”

딸이 듣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소연“나도 알아. 그냥 오늘은 괜찮다고 좀 해주면 안 돼?”

경희 씨는 젖은 손을 닦으면서도 다음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날 딸은 반찬을 담아주겠다는 말도 사양하고 돌아갔습니다.

먹었냐는 말 앞에서

그 뒤로 경희 씨는 몇 번이나 딸의 번호를 눌렀습니다. 연결음이 나기 전에 끊은 날이 더 많았습니다.

오늘도 쓰다 만 문자가 남아 있었습니다. 새 일은 구했니. 집세는 괜찮니. 경희 씨는 그 두 문장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림을 다시 서랍에 넣어주었습니다.

예수님“아이가 달걀말이를 좋아하나 봅니다.”

경희“예. 파는 꼭 빼야 해요. 조그만 것도 다 골라내요.”

경희 씨가 접시에 남은 파를 보았습니다. 그러다 문 앞에 서 있던 남자에게 자기가 처음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밥은 드셨어요.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쉽게 물었는데, 딸에게는 자꾸 다음 일을 물었습니다.

경희 씨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가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쓰다 만 두 문장을 지우고 짧게 적었습니다.

소연아, 저녁 먹었니. 엄마는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

한동안 화면 위에 머물던 손가락이 전송 버튼을 눌렀습니다.

밥값 대신 남은 말

예수님이 다 먹은 그릇을 포개 들었습니다.

예수님“어디에 놓으면 될까요?”

경희“거기 두세요. 손님이 왜 그걸 해요.”

그분은 식탁에 떨어진 물기를 수건으로 닦고 그릇을 주방 입구에 내려놓았습니다. 경희 씨가 건네준 수건은 의자 등받이에 가지런히 걸었습니다.

예수님“오늘 밥을 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경희“밥 한 끼 가지고요. 나중에 지나가다 또 오세요.”

예수님은 계산대의 가족 그림을 한 번 보고 문을 열었습니다.

예수님“다음 식사는 혼자 드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희 씨는 그 말을 예의 바른 손님의 인사로 들었습니다. 그릇을 씻고 돌아왔을 때 휴대전화에는 아직 답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문자를 지우지는 않았습니다.

경희 씨가 알려주지 않은 곳

같은 시각, 소연은 아들과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습니다. 새로 일하게 된 반찬가게에서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돌봄교실에서 데려온 지우는 졸린 눈으로 엄마의 가방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휴대전화에는 어머니의 문자가 떠 있었습니다. 소연은 읽고도 답을 쓰지 못했습니다. 전화를 하면 또 잘 지내는 척부터 할 것 같았습니다.

경희 씨는 손님에게 딸의 이름도, 어디에서 사는지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소연이 서 있는 정류장으로 걸어오셨습니다.

그분이 노선도를 보고 있는 소연에게 물었습니다.

예수님“혹시 근처 경희분식 아십니까?”

소연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소연의 눈에도 그저 길에서 말을 건네온 평범한 아저씨였습니다. 예수님이 바로 앞에 서 계신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소연“저희 엄마 가게인데요.”

예수님“조금 전에 거기서 밥을 먹었습니다. 어머님께 고마운 대접을 받았습니다.”

지우가 가방 뒤에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지우“우리 할머니 달걀말이도 드셨어요?”

예수님“네. 아주 맛있더군요.”

지우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빈 그릇을 말해준 사람

소연“엄마 가게, 아직 열려 있었어요?”

예수님“네. 제가 들어갈 때 혼자 식사하려던 참이셨습니다.”

소연이 시간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늘 바빠서 먹었다고만 했습니다. 일곱 시가 넘도록 저녁을 못 먹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예수님“물을 부탁드렸는데, 당신 밥을 저한테 내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다 먹었습니다.”

소연은 어머니가 하셨을 말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또 먹으면 된다. 냉장고에 다 있다.

그 말 뒤에서 자기 몫은 늘 작아지던 사람. 소연은 어머니에게 서운한 마음과, 어머니가 보고 싶은 마음을 한꺼번에 느꼈습니다.

지우가 물었습니다.

지우“엄마, 할머니는 밥 조금 먹었어?”

소연은 대답 대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설명보다 먼저 나온 사과

경희 씨는 손을 앞치마에 문지르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희“어, 소연아.”

전화기 너머에서 버스가 멈추는 소리가 났습니다. 소연은 버스에 타지 않았습니다.

소연“엄마, 나 저녁 아직 안 먹었어.”

경희“그러면 와. 지우도 같이 있니?”

경희 씨가 냉장고 쪽으로 한 발 가다가 멈췄습니다. 밥부터 하겠다고 전화를 끊으면 또 못 할 말이 있었습니다.

경희“소연아. 지난번에 네가 쉬고 싶다고 했을 때.”

딸은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경희“엄마가 그냥 오라고 했어야 했는데. 네가 얼마나 힘든지 물어보지도 않았네. 미안하다.”

경희 씨는 자기도 걱정돼서 그랬다는 말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소연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습니다.

소연“나도 엄마 보고 싶었어.”

경희“응. 와서 밥 먹자.”

전화를 끊은 소연이 돌아보았을 때, 남자는 정류장 끝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소연“다음에 가게 오시면 제가 밥 한 끼 대접할게요!”

예수님이 돌아서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소연은 그분을 어머니 가게에서 밥을 먹은 손님으로만 기억했습니다.

세 사람 몫의 달걀말이

경희 씨는 쌀통에서 쌀을 퍼 압력솥에 안쳤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달걀을 풀고, 도마 한쪽에 썰어두었던 파를 다른 그릇으로 옮겼습니다.

서랍 속 작은 숟가락도 다시 씻었습니다. 손잡이를 닦는 손이 몇 번이나 멈췄습니다.

문에 달린 종이 울리자 지우가 먼저 들어왔습니다.

지우“할머니, 배고파!”

경희 씨가 허리를 굽혔습니다. 아이가 달려와 앞치마를 안았습니다.

경희“그래. 오늘 파 하나도 안 넣었다.”

소연은 문 앞에서 젖은 우산을 접었습니다. 경희 씨가 손을 내밀어 우산을 받아 옆에 세웠습니다.

경희“춥지? 얼른 앉아.”

밥이 되는 동안 소연은 겉옷도 벗지 않고 어머니 옆에 잠깐 서 있었습니다. 경희 씨가 딸의 등을 한 번 쓸어주었습니다.

그날 식탁에는 밥그릇 세 개가 놓였습니다. 경희 씨가 자기 그릇의 밥을 지우에게 덜어주려 하자 소연이 손을 막았습니다.

소연“엄마 것도 먹어. 지우는 더 달라고 하면 돼.”

경희 씨가 자기 그릇을 다시 당겼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밥을 먹다가 소연이 새로 시작한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반찬가게 일이 아직 서툴고, 수요일에는 퇴근 시간이 돌봄교실 문 닫는 시간보다 조금 늦는다고 했습니다.

경희 씨는 이번에는 충고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경희“내가 수요일에 지우 데려올까? 그날은 가게를 일찍 정리할 수 있어.”

소연“매주는 힘들지 않아?”

경희“힘든 주엔 미리 말할게. 네가 정해준 시간에 맞춰 가면 되지?”

소연이 휴대전화 달력을 열었습니다. 경희 씨도 계산대에서 볼펜을 가져왔습니다.

그다음 수요일, 경희 씨는 약속한 시간에 돌봄교실 앞에 서 있었습니다. 지우가 친구들에게 할머니라고 소개했습니다. 아이의 가방을 받아 든 경희 씨는 돌아오는 길에 파 없는 달걀말이에 뭘 더 넣을지 함께 골랐습니다.

그날부터 세 사람이 매일 같이 먹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못 오는 날에도 전화가 왔습니다. 경희 씨는 딸의 하루를 끝까지 들었고, 소연은 힘들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누구인지 몰라도

며칠 뒤, 소연이 가게 일을 거들며 그날 정류장에서 만난 남자 이야기를 했습니다.

소연“그분 덕분에 전화했어. 엄마 밥을 대신 먹었다고 하시더라.”

경희“남색 점퍼 입은 분?”

소연“응. 또 오시면 나도 밥 한 끼 사드려야겠다.”

경희 씨는 마른 수건을 접어 서랍에 넣었습니다. 그분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 그제야 생각났습니다.

둘은 끝내 그분이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한 끼를 내어준 경희 씨에게 예수님은, 다시 누군가와 마주 앉아 먹는 저녁을 돌려주셨습니다. 딸에게 말을 건넬 용기와, 그 말을 기다리고 있던 딸이 서로 닿도록 해주셨습니다.

가게 밖에서 예수님이 잠시 걸음을 멈추셨습니다. 유리창 안으로 지우가 달걀말이를 집다가 떨어뜨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경희 씨가 웃으며 새 조각을 접시에 놓아주었습니다.

그분은 세 사람이 앉은 식탁을 바라보고 다시 골목을 걸어가셨습니다. 경희 씨는 창밖을 보지 못했습니다. 딸이 자기 그릇에 반찬을 놓아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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