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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를 도둑으로 몰아낸 공장장… 다음 날, 그가 내쫓은 사람들이 돌아왔다

아홉 끼의 밥을 기억한 청년. 침묵했던 그가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진실을 말하기까지의 창작 불교 이야기입니다.

완성 영상

9분 06초 · 한국어 내레이션 · 인물별 색상 자막 · 소리는 플레이어에서 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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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를 도둑으로 몰아낸 공장장… 다음 날, 그가 내쫓은 사람들이 돌아왔다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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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청소부 정희가 도둑으로 몰리자, 과거 그녀에게 아홉 끼의 밥을 얻어먹었던 민준이 진실을 말하기로 한다.
  2. 자신의 실수와 불이익까지 감수한 증언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해지고, 공장장의 거짓이 드러난다.
  3. 정희는 침묵의 대가를 거절하고, 민준은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새로운 청년에게 이어준다.

대본 전문

불교의 자비와 인연에서 영감을 얻은 창작 이야기입니다. 인물과 사건은 허구이며, 대사는 경전의 직접 인용이 아닙니다.

내쫓는 사람

공장장은 청소부의 가방을 직원들 앞에서 뒤집었습니다.

찾던 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낡은 도시락통 하나가 바닥을 굴렀습니다.

공장장이미 어디다 빼돌렸겠지.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

그는 몰랐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자신이 쫓아냈던 사람들이 그 도시락통 때문에 다시 공장 문을 두드리게 될 줄은.

모두가 피한 눈

예순둘의 정희는 십 년 동안 공장을 청소했습니다.

남들보다 두 시간 먼저 출근했고, 불이 켜진 작업장이 있으면 마지막 사람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날 사라졌다는 돈은 거래처가 현금으로 결제한 오백만 원이었습니다.

공장장은 정희가 사무실을 청소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지목했습니다. 책상 옆을 지나가는 CCTV 화면까지 띄웠습니다.

정희돈은 본 적 없습니다. 앞뒤 영상도 보여주세요.

공장장왜요. 이제 나까지 의심하게요?

직원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중에는 입사한 지 석 달 된 경리 직원 민준도 있었습니다. 그는 모니터를 보지 못했습니다.

책상 아래에서 휴대전화만 쥐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공장장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문자가 있었습니다.

입을 다무는 값

두 시간 전, 공장장은 민준에게 돈을 받아갔습니다. 거래처에 급히 쓸 일이 있으니 자신이 직접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민준은 현금 인수증을 작성했고, 공장장의 서명을 받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곧이어 문자가 왔습니다.

공장장아까 돈 건은 장부에 올리지 마. 내가 처리해.

민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공장장은 그를 복도로 불렀습니다.

공장장지난달 네가 잘못 보낸 발주서, 내가 덮어줬지? 그거 본사에 올리면 너도 여기 못 다녀.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아침에도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병원비가 조금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취직까지 반년이 걸렸습니다. 이제 겨우 월세를 밀리지 않게 됐습니다.

복도 끝에서 정희가 엎어진 가방을 주워 담고 있었습니다.

민준은 그녀에게 다가가는 대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도시락 뚜껑

퇴근할 때까지 정희의 도시락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찌그러진 모서리. 고무줄로 감아둔 손잡이. 뚜껑 한쪽의 작은 꽃무늬.

민준은 그 통을 알고 있었습니다.

삼 년 전, 그는 이 동네 공사장에서 일했습니다. 임금을 받지 못한 채 현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차비도 없던 날, 그는 공장 담벼락에 앉아 있었습니다.

청소복을 입은 여자가 다가왔습니다. 자기 도시락을 열어 밥을 절반 덜어주었습니다.

정희오늘 밥은 먹었어요?

민준괜찮습니다.

정희그럼 조금만 먹어요. 혼자 먹으려니 많네.

도시락에는 밥과 달걀말이 몇 조각뿐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다음 날에도 왔습니다. 민준이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아홉 번이나 같은 통을 들고 왔습니다.

기억하지 못한 사람

민준은 정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민준저를 기억하세요? 예전에 공사장 앞에서 밥 주셨던 사람입니다.

정희아, 그때 청년이구나. 그래서 얼굴이 낯익었네.

그녀는 오늘 왜 침묵했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정희그래도 다시 일하게 됐으니 다행이에요.

그 말에 민준은 더 이상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받은 밥은 아홉 끼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자신은, 그 사람을 위해 한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절에 가면 참아야 합니까

그날 저녁 정희는 동네 절의 무료급식소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쉬는 날이면 그곳에서 설거지를 했습니다.

주방 일을 마친 스님이 물었습니다.

스님그릇을 벌써 세 번째 닦고 계십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정희십 년을 다닌 곳에서 도둑이 됐어요.

정희는 수세미를 내려놓았습니다.

정희다들 참으래요. 더 시끄러워지면 저만 손해라고. 절에 다니는 사람이니 용서하라고도 하고요.

스님정희 씨가 돈을 가져갔습니까?

정희아니요.

스님그렇다면 하지 않은 일까지 인정할 필요는 없지요.

정희는 한동안 수도꼭지만 바라봤습니다.

정희저도 그 사람이 망했으면 좋겠어요.

스님그 마음이 드는 건 이해합니다. 그래도 내일 무엇을 할지는, 정희 씨가 고를 수 있습니다.

먼저 내야 하는 것

급식소 문이 열렸습니다. 민준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휴대전화와 종이 한 장을 식탁에 놓았습니다. 현금 인수증 사본이었습니다.

민준그 돈, 공장장님이 가져갔습니다. 제가 직접 드렸어요.

정희는 종이를 보다가 민준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정희그런데 왜 아까는…….

민준제가 잘릴까 봐요.

그는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민준내일 본사에 보내겠습니다. 제가 했던 발주 실수도 같이 쓰겠습니다. 그걸 숨기고 있으면, 계속 입을 다물게 될 것 같아서요.

한 사람이 아니었다

설거지하던 남자가 물기를 닦으며 다가왔습니다. 일 년 전까지 그 공장의 배송기사였던 사람이었습니다.

정희가 도둑으로 몰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배송기사또 그랬습니까?

그 역시 물건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때도 공장장은 앞뒤가 잘린 영상만 보여주었습니다.

실직한 뒤 이 급식소를 알려준 사람이 정희였습니다. 새 일자리를 구한 다음에는 자신도 주말마다 돕기 시작했습니다.

배송기사는 예전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배송기사그때 일, 아직 자료 갖고 있어? 이번에도 누군가 혼자 뒤집어쓰게 생겼어.

돌아온 사람들

다음 날 아침, 정희는 혼자 공장 앞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배송기사와 전직 창고 직원, 공장장의 협박에 밀려 사직했던 직원까지 왔습니다.

누군가는 당시 문자 내역을, 누군가는 출고 서류 사본을 들고 있었습니다.

억울함을 이야기하다 같은 말을 들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나가면 안 되겠느냐고.

이번에는 민준이 먼저 걸어 들어갔습니다.

원본을 보여주세요

민준이 보낸 자료를 보고 본사 담당자가 내려왔습니다. 공장장은 웃으며 의자를 내주었습니다.

공장장별일 아닙니다. 이분이 돈을 좀 만진 것 같아서 확인하던 중입니다.

민준어제는 도둑이라고 하셨습니다. 확인하는 동안, 이분 가방을 뒤집으셨고요.

민준은 인수증을 내밀었습니다.

서명 아래에는 정희가 청소하기 전 시각이 적혀 있었습니다. 공장장이 보낸 문자도 화면에 띄웠습니다.

민준돈을 어디에 쓰셨는지는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저분이 가져간 돈은 아닙니다. 제가 공장장님께 드렸으니까요.

이어서 배송기사가 자신의 서류를 꺼냈습니다.

이번에는 공장장이 말을 끊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의 말을 막을 때 쓰던 협박을, 모두에게 동시에 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지막 거래

확인은 그날 끝나지 않았습니다. 본사는 원본 영상과 현금 장부, 이전 퇴사 기록까지 확보했습니다. 공장장은 조사 동안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사흘 뒤, 공장장이 정희를 찾아왔습니다.

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자신이 훔쳤다고 몰아붙였던 액수와 같은 오백만 원이었습니다.

공장장제가 급해서 말이 심했습니다. 이 정도 받고, 오해였다고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정희에게는 큰돈이었습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받을 월급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손이 봉투 가까이 갔습니다.

그러나 손끝이 닿기 전에, 가방이 뒤집히던 순간, 자신의 눈을 피하던 민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자신까지 입을 다물면, 다음에 바닥에 앉아 가방을 주울 사람은 누구일까요.

값을 매길 수 없는 것

정희밀린 돈이 있다면 정식으로 주세요. 그런데 제가 훔친 적 없다는 말을 바꾸는 값은 안 받겠습니다.

공장장그럼 어디까지 하시려고요?

정희제가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데까지요.

정희는 봉투를 밀어 돌려주었습니다.

각자가 남긴 결과

몇 주 뒤, 본사는 공장장의 해임을 알렸습니다. 장부 검토에서 다른 현금 누락도 발견됐고, 확인된 자료는 수사기관으로 넘어갔습니다.

정희가 돈을 훔쳤다는 주장은 직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정정됐습니다. 그녀는 복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민준의 발주 실수도 드러났습니다. 그는 경위서를 냈고 다시 교육을 받았습니다.

모든 불이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날 이후, 공장장이 그의 실수를 쥐고 시키던 일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도시락통이 돌아오다

그 주말, 민준은 급식소에 일찍 왔습니다. 정희가 큰 냄비를 옮기려 하자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찌그러진 도시락통을 닦다가 말했습니다.

민준이제야 그때 밥값을 조금 갚은 것 같습니다.

정희그런 계산 하지 말아요. 그때는 배고파 보였고, 오늘은 내 옆에 서줬잖아요.

그때 처음 온 청년 하나가 배식대 앞에서 망설였습니다. 식사가 무료인지 두 번이나 물었습니다.

민준은 청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삼 년 전, 공장 담벼락에 앉아 있던 자신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는 도시락통을 내려놓고 밥주걱을 들었습니다.

민준앉으세요. 오늘 밥은 드셨어요?

오늘의 선택

이 이야기에서 누군가의 운명을 바꾼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상도, 갑자기 내려온 벌도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줄 알았던 아홉 끼의 밥. 잃을 것이 있는데도 사실을 말한 한 사람. 다음 사람까지 다치게 두지 않겠다는 선택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사람들 사이에 남습니다. 어떤 행동은 다음 거짓말을 필요로 하고, 어떤 행동은 훗날 누군가가 손을 내밀 이유가 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불교의 업과 인연을 바라보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과거의 행동이 남긴 조건 속에서, 오늘의 선택이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갑니다.

착하게 살았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잘못 살아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억울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참으라는 말 한마디보다, 그 옆에 서주는 한 사람일 때가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나요?

오늘 그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곁을 내어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