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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롱폼

전체 4게시 완료 3준비 중 1

제작 순서: 대본 전문·3줄 요약 → 사용자 검수·승인 → 이미지·음성·영상 제작
새 작품은 대본 승인 전까지 제작하지 않습니다.

썸네일작품명상태길이작업 파일
썸네일 미등록돌을 모으던 남자가 끝내 버리지 못한 것불교이야기 · 롱폼영상 등록 대기6:07
대본영상 미등록

3줄 요약

  1. 배신당한 남자는 자신을 아프게 한 사람들의 이름을 돌에 새기고, 그 자루를 놓지 못한다.
  2. 노승과 차를 마시며 상처를 기억하는 일과 그 상처를 계속 움켜쥐는 일이 다름을 알아간다.
  3. 돌을 모두 버리지는 못하지만, 과거의 배신을 새 손님에게 돌리던 행동을 바꾸기 시작한다.
대본 전문 펼치기

창작 불교 우화 · 한국어 내레이션 초안 · 회차 표기 없음

주제: 상처를 기억하는 일과, 그 상처가 오늘의 행동을 결정하도록 두는 일의 차이.

길이: 차분한 낭독과 쉼을 포함해 약 5~7분을 목표로 한 초안. 실제 음성 시간은 미측정.

아래 번호는 편집용 이야기 비트이며 화면이나 공개 제목에 표시하지 않는다. 한 비트가 반드시 이미지 한 장이나 15초에 해당하지 않는다.

01 · 후킹

그는 상처받을 때마다 돌을 하나씩 모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아프게 한 사람의 이름을 그 위에 새겼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그 이름만 보면 괴로워하면서도,

잠들 때조차 돌자루를 멀리 두지 못했습니다.

그는 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누군가 빼앗아갈까 봐 지키고 있었을까요?

02 · 돌을 모으는 남자

그는 나무로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손끝은 섬세했지만, 사람을 대할 때면 어깨부터 굳었습니다.

장사를 함께하던 친구가 돈을 가지고 사라진 뒤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돌 하나였습니다.

그는 돌 표면에 친구의 이름을 긁어 적었습니다.

다시는 그 이름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03 · 지켜주는 무게

그 뒤로 자신을 속인 사람,

면전에서 비웃은 사람,

어려울 때 등을 돌린 사람의 이름을 하나씩 더했습니다.

잠을 잘 때에도 자루는 머리맡에 있었습니다.

돌을 만질 때면 분노가 되살아났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은 안심되었습니다.

기억하고 있으면,

다시는 같은 일을 당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04 · 오늘의 손님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온 여인이 작은 그릇을 집어 들었습니다.

“오늘은 돈이 조금 모자라는데, 내일 나머지를 드려도 될까요?”

남자는 그릇을 빼앗듯 내려놓았습니다.

“내일 온다는 사람은 오지 않더군요.”

여인은 아무 말 없이 아이의 손을 잡고 나갔습니다.

문 앞에는 아이가 벗어두었던 작은 짚신 자국만 남았습니다.

05 · 찾아간 산사

그날 밤, 남자는 완성한 그릇들을 세었습니다.

팔지 못한 그릇이 작업대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그는 마음의 괴로움을 들어준다는 노승을 찾아 산에 올랐습니다.

절에 도착했을 때에는 등에 땀이 젖어 있었습니다.

노승은 처마 아래에서 빗물을 쓸어내고 있었습니다.

06 · 질문

“스님. 나를 해친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노승의 시선이 그의 어깨에 멈췄습니다.

“짐부터 내려놓으시지요.”

남자는 자루 끈을 더 단단히 쥐었습니다.

“이것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07 · 이름들

노승은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루 한쪽을 내어주었습니다.

남자는 앉아서 자루를 열었습니다.

돌마다 이름을 짚으며 있었던 일을 설명했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얼마나 억울했는지.

왜 자신이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되는지.

이야기가 길어지는 동안,

노승은 식어가는 차를 조용히 갈아주었습니다.

08 · 지금 쥐고 있는 사람

남자의 말이 멎었을 때 노승이 물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이 돌을 등에 올려놓았습니까?”

“아닙니다. 내가 주웠습니다.”

“이곳까지 들고 오라고 했습니까?”

남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노승은 자루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없는 오늘도,

그 짐은 선생의 등을 누르고 있군요.”

09 ·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

남자의 얼굴이 굳었습니다.

“그러면 그들이 잘못한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하란 말입니까?”

“있었던 일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노승은 곁에 놓인 금이 간 찻잔을 들어 보였습니다.

“이 잔에 금이 갔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은 담지 않지요.

하지만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10 · 두 손

마당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노승은 따뜻한 차 한 잔을 남자 앞으로 밀었습니다.

남자는 잔을 받으려다 멈췄습니다.

한 손은 자루 끈을 쥐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친구의 이름이 적힌 돌이 있었습니다.

노승은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차에서 올라오는 김이 둘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습니다.

11 · 작은 선택

남자는 돌을 마루에 내려놓았습니다.

잔을 받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바닥에는 돌 모서리가 눌린 자국이 남았습니다.

따뜻한 잔을 감싸자, 그제야 손끝이 저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돌을 놓았다고 친구의 이름을 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차가 식기 전까지는,

그 이름이 그의 손을 차지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12 · 다시 올라오는 마음

차를 마신 뒤에도 남자는 곧바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내려놓으면 그 사람만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노승은 남자의 손바닥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 편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잠시 후, 말을 이었습니다.

“다만 선생의 손이 아팠다는 것은 보이는군요.”

13 · 대표 이미지의 순간

남자는 마당으로 내려갔습니다.

비에 젖은 돌바닥 위에 자루를 펼쳤습니다.

젖은 천의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돌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문질러 닳아버린 이름이 빛에 비쳤습니다.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 돌을 자신의 발 옆에 내려놓았습니다.

법당 안으로 아침빛이 들어왔습니다.

부처의 얼굴은 말없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14 · 쉬운 끝은 없다

남자는 돌을 전부 버리지 못했습니다.

돌을 집어 드는 순간마다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름을 잊으면, 다시 그런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가 끝내 버리지 못한 것은,

상처를 쥐고 있어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몇 개는 여전히 놓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무거운 돌 앞에서는 손이 오래 멈췄습니다.

그는 남은 돌들을 다시 자루에 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노승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늘은 이만큼 가벼워졌군요.”

남자는 처음으로,

다 내려놓지 못한 자신을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15 · 돌아오는 길

산을 내려가던 중에도 친구의 얼굴은 떠올랐습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그대로였습니다.

남자는 걸음을 멈췄습니다.

자루 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는 손가락을 조금 폈습니다.

한 번 숨을 고르고 다시 걸었습니다.

발밑에서 솔잎이 밟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올라갈 때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였습니다.

16 · 같은 말, 다른 행동

며칠 뒤, 그 여인이 다시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손에는 그릇 값이 쥐여 있었습니다.

남자는 한동안 그 손만 보았습니다.

그리고 선반에서 작은 그릇을 내려주었습니다.

여인은 그릇 안쪽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많이 바쁘셨나 봅니다.”

남자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할 말을, 당신에게 했습니다.”

17 · 남아 있는 상처

그 뒤로 남자가 모든 사람을 믿게 된 것은 아닙니다.

외상을 줄 때에는 날짜와 값을 적었습니다.

돈을 맡길 때에도 전보다 꼼꼼히 살폈습니다.

달라진 것은 하나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이미 떠난 그 친구와 같은 사람인지 먼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18 · 마지막 이미지와 여운

자루는 여전히 작업대 아래에 있었습니다.

어떤 날에는 돌을 꺼냈다가 다시 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돌을 들여다본 뒤,

깎다 만 그릇으로 손을 돌릴 때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가 만들어야 할 그릇은 아직 많았습니다.

그 그릇을 받아들 손들도,

그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손에도 오래 쥐고 있는 돌이 있나요?

그 돌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오늘은 무엇을 받아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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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를 도둑으로 몰아낸 공장장… 다음 날, 그가 내쫓은 사람들이 돌아왔다불교이야기 · 롱폼게시 완료9:06

3줄 요약

  1. 청소부 정희가 도둑으로 몰리자, 과거 그녀에게 아홉 끼의 밥을 얻어먹었던 민준이 진실을 말하기로 한다.
  2. 자신의 실수와 불이익까지 감수한 증언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해지고, 공장장의 거짓이 드러난다.
  3. 정희는 침묵의 대가를 거절하고, 민준은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새로운 청년에게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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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불교 이야기 · 현대 배경 · 제작 대본

은혜 갚기 / 권선징악 / 직장 내 침묵과 자기 보호 / 자비와 책임

아래 장면명·화자 표시는 제작용이며 낭독하지 않는다. 모든 인물과 사건은 창작이다. 따옴표는 화면 자막에 넣지 않는다. 완성 영상 길이는 약 9분 6초다.

01 · 내쫓는 사람

나레이션:

공장장은 청소부의 가방을 직원들 앞에서 뒤집었습니다.

찾던 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낡은 도시락통 하나가 바닥을 굴렀습니다.

공장장:

이미 어디다 빼돌렸겠지.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

나레이션:

그는 몰랐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자신이 쫓아냈던 사람들이 그 도시락통 때문에

다시 공장 문을 두드리게 될 줄은.

02 · 모두가 피한 눈

나레이션:

예순둘의 정희는 십 년 동안 공장을 청소했습니다.

남들보다 두 시간 먼저 출근했고,

불이 켜진 작업장이 있으면 마지막 사람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날 사라졌다는 돈은 거래처가 현금으로 결제한 오백만 원이었습니다.

공장장은 정희가 사무실을 청소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지목했습니다.

책상 옆을 지나가는 CCTV 화면까지 띄웠습니다.

정희:

돈은 본 적 없습니다. 앞뒤 영상도 보여주세요.

공장장:

왜요. 이제 나까지 의심하게요?

나레이션:

직원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중에는 입사한 지 석 달 된 경리 직원 민준도 있었습니다.

그는 모니터를 보지 못했습니다.

책상 아래에서 휴대전화만 쥐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공장장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문자가 있었습니다.

03 · 입을 다무는 값

나레이션:

두 시간 전, 공장장은 민준에게 돈을 받아갔습니다.

거래처에 급히 쓸 일이 있으니 자신이 직접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민준은 현금 인수증을 작성했고,

공장장의 서명을 받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곧이어 문자가 왔습니다.

공장장:

아까 돈 건은 장부에 올리지 마. 내가 처리해.

나레이션:

민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공장장은 그를 복도로 불렀습니다.

공장장:

지난달 네가 잘못 보낸 발주서, 내가 덮어줬지?

그거 본사에 올리면 너도 여기 못 다녀.

나레이션: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아침에도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병원비가 조금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취직까지 반년이 걸렸습니다.

이제 겨우 월세를 밀리지 않게 됐습니다.

복도 끝에서 정희가 엎어진 가방을 주워 담고 있었습니다.

민준은 그녀에게 다가가는 대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04 · 도시락 뚜껑

나레이션:

퇴근할 때까지 정희의 도시락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찌그러진 모서리.

고무줄로 감아둔 손잡이.

뚜껑 한쪽의 작은 꽃무늬.

민준은 그 통을 알고 있었습니다.

삼 년 전, 그는 이 동네 공사장에서 일했습니다.

임금을 받지 못한 채 현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차비도 없던 날,

그는 공장 담벼락에 앉아 있었습니다.

청소복을 입은 여자가 다가왔습니다.

자기 도시락을 열어 밥을 절반 덜어주었습니다.

정희:

오늘 밥은 먹었어요?

민준:

괜찮습니다.

정희:

그럼 조금만 먹어요. 혼자 먹으려니 많네.

나레이션:

도시락에는 밥과 달걀말이 몇 조각뿐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다음 날에도 왔습니다.

민준이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아홉 번이나 같은 통을 들고 왔습니다.

05 · 기억하지 못한 사람

나레이션:

민준은 정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민준:

저를 기억하세요? 예전에 공사장 앞에서 밥 주셨던 사람입니다.

정희:

아, 그때 청년이구나.

그래서 얼굴이 낯익었네.

나레이션:

그녀는 오늘 왜 침묵했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정희:

그래도 다시 일하게 됐으니 다행이에요.

나레이션:

그 말에 민준은 더 이상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받은 밥은 아홉 끼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자신은,

그 사람을 위해 한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06 · 절에 가면 참아야 합니까

나레이션:

그날 저녁 정희는 동네 절의 무료급식소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쉬는 날이면 그곳에서 설거지를 했습니다.

주방 일을 마친 스님이 물었습니다.

스님:

그릇을 벌써 세 번째 닦고 계십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정희:

십 년을 다닌 곳에서 도둑이 됐어요.

나레이션:

정희는 수세미를 내려놓았습니다.

정희:

다들 참으래요. 더 시끄러워지면 저만 손해라고.

절에 다니는 사람이니 용서하라고도 하고요.

스님:

정희 씨가 돈을 가져갔습니까?

정희:

아니요.

스님:

그렇다면 하지 않은 일까지 인정할 필요는 없지요.

나레이션:

정희는 한동안 수도꼭지만 바라봤습니다.

정희:

저도 그 사람이 망했으면 좋겠어요.

스님:

그 마음이 드는 건 이해합니다.

그래도 내일 무엇을 할지는, 정희 씨가 고를 수 있습니다.

07 · 먼저 내야 하는 것

나레이션:

급식소 문이 열렸습니다.

민준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휴대전화와 종이 한 장을 식탁에 놓았습니다.

현금 인수증 사본이었습니다.

민준:

그 돈, 공장장님이 가져갔습니다.

제가 직접 드렸어요.

나레이션:

정희는 종이를 보다가 민준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정희:

그런데 왜 아까는…….

민준:

제가 잘릴까 봐요.

나레이션:

그는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민준:

내일 본사에 보내겠습니다.

제가 했던 발주 실수도 같이 쓰겠습니다.

그걸 숨기고 있으면, 계속 입을 다물게 될 것 같아서요.

08 · 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레이션:

설거지하던 남자가 물기를 닦으며 다가왔습니다.

일 년 전까지 그 공장의 배송기사였던 사람이었습니다.

정희가 도둑으로 몰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배송기사:

또 그랬습니까?

나레이션:

그 역시 물건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때도 공장장은 앞뒤가 잘린 영상만 보여주었습니다.

실직한 뒤 이 급식소를 알려준 사람이 정희였습니다.

새 일자리를 구한 다음에는 자신도 주말마다 돕기 시작했습니다.

배송기사는 예전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배송기사:

그때 일, 아직 자료 갖고 있어?

이번에도 누군가 혼자 뒤집어쓰게 생겼어.

09 · 돌아온 사람들

나레이션:

다음 날 아침,

정희는 혼자 공장 앞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배송기사와 전직 창고 직원,

공장장의 협박에 밀려 사직했던 직원까지 왔습니다.

누군가는 당시 문자 내역을,

누군가는 출고 서류 사본을 들고 있었습니다.

억울함을 이야기하다 같은 말을 들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나가면 안 되겠느냐고.

이번에는 민준이 먼저 걸어 들어갔습니다.

10 · 원본을 보여주세요

나레이션:

민준이 보낸 자료를 보고 본사 담당자가 내려왔습니다.

공장장은 웃으며 의자를 내주었습니다.

공장장:

별일 아닙니다. 이분이 돈을 좀 만진 것 같아서 확인하던 중입니다.

민준:

어제는 도둑이라고 하셨습니다.

확인하는 동안, 이분 가방을 뒤집으셨고요.

나레이션:

민준은 인수증을 내밀었습니다.

서명 아래에는 정희가 청소하기 전 시각이 적혀 있었습니다.

공장장이 보낸 문자도 화면에 띄웠습니다.

민준:

돈을 어디에 쓰셨는지는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저분이 가져간 돈은 아닙니다.

제가 공장장님께 드렸으니까요.

나레이션:

이어서 배송기사가 자신의 서류를 꺼냈습니다.

이번에는 공장장이 말을 끊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의 말을 막을 때 쓰던 협박을,

모두에게 동시에 할 수는 없었습니다.

11 · 마지막 거래

나레이션:

확인은 그날 끝나지 않았습니다.

본사는 원본 영상과 현금 장부, 이전 퇴사 기록까지 확보했습니다.

공장장은 조사 동안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사흘 뒤, 공장장이 정희를 찾아왔습니다.

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자신이 훔쳤다고 몰아붙였던 액수와 같은 오백만 원이었습니다.

공장장:

제가 급해서 말이 심했습니다.

이 정도 받고, 오해였다고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나레이션:

정희에게는 큰돈이었습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받을 월급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손이 봉투 가까이 갔습니다.

그러나 손끝이 닿기 전에,

가방이 뒤집히던 순간,

자신의 눈을 피하던 민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자신까지 입을 다물면,

다음에 바닥에 앉아 가방을 주울 사람은 누구일까요.

12 · 값을 매길 수 없는 것

정희:

밀린 돈이 있다면 정식으로 주세요.

그런데 제가 훔친 적 없다는 말을 바꾸는 값은 안 받겠습니다.

공장장:

그럼 어디까지 하시려고요?

정희:

제가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데까지요.

나레이션:

정희는 봉투를 밀어 돌려주었습니다.

13 · 각자가 남긴 결과

나레이션:

몇 주 뒤, 본사는 공장장의 해임을 알렸습니다.

장부 검토에서 다른 현금 누락도 발견됐고,

확인된 자료는 수사기관으로 넘어갔습니다.

정희가 돈을 훔쳤다는 주장은 직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정정됐습니다.

그녀는 복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민준의 발주 실수도 드러났습니다.

그는 경위서를 냈고 다시 교육을 받았습니다.

모든 불이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날 이후,

공장장이 그의 실수를 쥐고 시키던 일에서는 벗어났습니다.

14 · 도시락통이 돌아오다

나레이션:

그 주말, 민준은 급식소에 일찍 왔습니다.

정희가 큰 냄비를 옮기려 하자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찌그러진 도시락통을 닦다가 말했습니다.

민준:

이제야 그때 밥값을 조금 갚은 것 같습니다.

정희:

그런 계산 하지 말아요.

그때는 배고파 보였고, 오늘은 내 옆에 서줬잖아요.

나레이션:

그때 처음 온 청년 하나가 배식대 앞에서 망설였습니다.

식사가 무료인지 두 번이나 물었습니다.

민준은 청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삼 년 전, 공장 담벼락에 앉아 있던 자신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는 도시락통을 내려놓고 밥주걱을 들었습니다.

민준:

앉으세요. 오늘 밥은 드셨어요?

15 · 오늘의 선택

나레이션:

이 이야기에서 누군가의 운명을 바꾼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상도, 갑자기 내려온 벌도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줄 알았던 아홉 끼의 밥.

잃을 것이 있는데도 사실을 말한 한 사람.

다음 사람까지 다치게 두지 않겠다는 선택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사람들 사이에 남습니다.

어떤 행동은 다음 거짓말을 필요로 하고,

어떤 행동은 훗날 누군가가 손을 내밀 이유가 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불교의 업과 인연을 바라보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과거의 행동이 남긴 조건 속에서,

오늘의 선택이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갑니다.

착하게 살았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잘못 살아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억울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참으라는 말 한마디보다,

그 옆에 서주는 한 사람일 때가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나요?

오늘 그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곁을 내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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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걱정을 내려놓으면, 나쁜 엄마가 되는 걸까요?불교이야기 · 롱폼게시 완료7:52

3줄 요약

  1. 아들의 실직 이후 걱정을 멈추면 나쁜 엄마가 되는 것 같아 잠을 이루지 못하던 순자가 도윤 스님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2. 스님은 두 화살의 비유와 자애의 관점으로 현실의 어려움에 더해지는 자책을 살피고, 자식을 사랑하면서도 결과를 재촉하는 마음과 자신을 벌주는 습관은 내려놓을 수 있다고 일러준다.
  3. 순자는 취업 결과를 확인하던 전화에서 아들의 말을 듣는 대화로 바꾸고 자신의 일상도 돌보기 시작하며, 문제가 다 풀리기 전에도 아들과 따뜻한 밥을 나누는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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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불교 이야기입니다. 인물과 대사는 허구이며 경전의 직접 인용이 아닙니다.

01 · 어머니가 절을 찾아온 이유

“스님, 자식 걱정을 좀 안 하고 살고 싶어요. 그런데 그러면 제가 나쁜 엄마가 되는 것 같아요.”

순자 씨는 그 말을 하려고 아침부터 동네 절을 찾아왔습니다.

법당 앞을 두 번이나 서성이다 도윤 스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요즘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순자 씨가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습니다.

아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화면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밥은 먹었니.

오늘 연락 온 데는 없고.

전화 한번 해라.

“아들이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어요. 넉 달째 일자리를 구하는데 잘 안 되나 봐요.”

도윤 스님은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다 순자 씨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아드님도 힘드시겠지만, 어머니도 마음을 많이 쓰셨겠어요.”

순자 씨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침에 눈뜨면 그 생각부터 나요. 밤에는 혹시 연락이 왔을까 봐 전화기를 머리맡에 두고요. 애가 서른넷인데, 저는 아직도 혼자 길에 내놓은 것 같아요.”

02 · 걱정 속에 섞인 말

“아드님과 통화하시면 어떤 말씀을 하십니까?”

“좋은 소식 없느냐고 묻죠. 어디든 빨리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하고. 다 걱정돼서 하는 말이에요.”

순자 씨는 손가락으로 가방 모서리를 문질렀습니다.

“며칠 전에는 애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도 매일 알아보고 있으니까 그만 좀 물어보라고.”

그날 순자 씨는 서운해서 전화를 먼저 끊었습니다.

그러고는 저녁을 먹지 못했습니다.

“저는 애 편인데, 애는 제가 부담스러운가 봐요.”

스님은 잠시 기다렸다 물었습니다.

“아드님이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 다음에, 어머니 마음에는 어떤 말이 따라옵니까?”

순자 씨가 눈을 들었습니다.

“무슨 말이요?”

“그 소식을 듣고 혼자 계실 때, 자신에게 하시는 말씀이요.”

순자 씨는 한참 생각했습니다.

“이러다 영영 자리 못 잡으면 어떡하나. 내가 좀 더 잘 가르쳤어야 했나. 다른 집 애들은 다 잘 사는데…….”

마지막 말은 작아졌습니다.

“애가 힘든 것도 속상한데, 제가 엄마 노릇을 잘못한 것 같아요.”

03 · 아픈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

도윤 스님이 말했습니다.

“불교 경전에 두 화살의 비유가 나옵니다. 몸에 아픔이 생겼을 때 마음의 괴로움까지 더해지는 모습을, 화살을 맞은 자리에 다시 화살을 맞는 것에 비유하지요.”

순자 씨가 가만히 들었습니다.

“그 비유를 오늘 어머니의 마음에 빌려서 살펴봅시다. 아드님이 일자리를 잃은 어려움은 실제로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이 아이는 앞으로도 안 될 거야, 나는 실패한 엄마야 하는 결론까지 얹고 계신 건 아닐까요.”

“그럼 제가 괜히 걱정한다는 말씀이세요?”

“아닙니다. 어려움도 걱정도 실제이지요. 다만 아직 알 수 없는 앞날까지 나쁜 쪽으로 확정하면, 오늘 감당할 몫보다 마음의 짐이 훨씬 커집니다.”

순자 씨는 휴대전화 화면을 껐습니다.

“제가 애한테 자꾸 다그치는 것도 그것 때문일까요?”

“그럴 수 있겠지요. 지금 도와줄 일을 찾는 것과, 두려워서 같은 답을 거듭 확인하는 것은 다릅니다. 다음에 전화를 걸기 전에 한번 살펴보세요.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물으려는지, 내 불안을 급히 잠재우려는지.”

순자 씨는 어젯밤 보냈다 지운 메시지를 떠올렸습니다.

아들이 이미 답했던 질문이었습니다.

04 · 내려놓으면 누가 돌봐주나요

“그런데 스님, 제가 마음을 놓으면 누가 애를 챙겨줘요? 부모까지 그냥 두면 정말 혼자가 되잖아요.”

도윤 스님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음을 놓는다는 말을, 아이에게서 돌아서라는 말처럼 들으셨군요.”

“네. 저는 그게 안 돼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잘 간직하셔야지요. 우리가 살펴볼 것은, 그 사랑에 붙어 있는 조급함입니다.”

스님은 순자 씨가 놓아둔 전화기를 가리켰습니다.

“어머니가 오늘 전화를 걸어 아이 말을 들어줄 수는 있습니다. 형편이 허락하면 반찬을 나눠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어느 회사에서 언제 연락이 올지까지 어머니가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순자 씨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기다려요. 잘될 거라는 말이라도 듣고 싶은데.”

“저도 언제 잘될 거라고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결과를 오늘 꼭 받아내려는 마음은 잠시 쉬게 할 수 있겠지요.”

“그래도 저는 계속 불안할 텐데요.”

“그럴 때마다 불안하구나 하고 알아차리세요. 걱정이 다시 생겼다고 자신을 꾸짖지는 마시고요. 그다음에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고르는 겁니다.”

05 · 아들이 들어도 좋은 말

도윤 스님이 물었습니다.

“오늘 아드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취업 얘기를 잠깐 빼고 생각해보세요.”

순자 씨가 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에 지원했는지, 통장에는 얼마가 남았는지.

묻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조금 뒤 순자 씨가 말했습니다.

“너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요?”

“애가 얼마나 성실한데요. 비 오는 날에도 지각할까 봐 한 시간씩 먼저 나가던 애예요. 자기가 못나서 이렇게 된 줄 알까 봐…….”

순자 씨의 목소리가 잠겼습니다.

스님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 말씀은 아드님에게 해보셨습니까?”

순자 씨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해이해질까 봐요. 괜찮다고 하면 그냥 주저앉을까 봐.”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지금 힘든 아이를 아껴주는 마음은 함께할 수 있습니다. 노력할 힘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결과 하나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지 않는 것이지요.”

순자 씨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습니다.

자신은 아들이 기죽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통화할 때마다 아직 부족한 것부터 꺼냈습니다.

“제가 아껴주는 마음은 제대로 말을 안 했네요.”

06 · 어머니도 그 안에 있습니다

순자 씨가 눈가를 닦았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더 미안해요. 애가 힘들 때 엄마라는 사람이…….”

“순자 씨.”

도윤 스님이 이름을 불렀습니다.

“지금도 잘못한 엄마라는 말부터 하고 계시네요.”

순자 씨의 손이 멈췄습니다.

“아드님에게 일자리 하나로 너 자신을 나쁘게 보지 말라고 해주고 싶으셨지요. 어머니도 오늘 서툴렀던 말 몇 마디로 살아오신 날들을 모두 나쁘게 보지는 마세요.”

창밖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순자 씨는 마루 끝을 바라보았습니다.

“불교에서 자애의 마음은 여러 존재의 안녕을 넓게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도 그 마음을 연습할 때, 가까운 사람을 향하던 따뜻함을 조금씩 넓혀볼 수 있겠지요. 어머니 자신도 미워할 대상으로 남겨두지 마시고요.”

순자 씨가 작게 물었습니다.

“애는 그렇게 힘든데, 제가 편해도 될까요?”

“어머니가 밥 한 끼 편히 드신다고 아드님이 덜 소중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말을 듣자 순자 씨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들이 힘들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친구와 웃고 돌아온 날이면 괜히 미안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다가도 젓가락을 놓았습니다.

자신까지 괴로워해야 아들 곁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제가 웃으면 안 되는 줄 알았어요.”

스님은 휴지 상자를 가까이 놓아주었습니다.

순자 씨가 말을 이을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애를 두고 저만 잘 사는 것 같아서요.”

“많이 애쓰셨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마음도 돌보면서 아이 곁에 있어보세요. 사랑을 꼭 괴로움으로만 표현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07 · 오늘 할 수 있는 일

비가 잦아들자 순자 씨가 가방을 챙겼습니다.

“집에 가면 또 전화기부터 볼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지요. 오늘은 보시더라도 바로 전화하지 말고, 잠깐 멈춰보세요.”

스님은 순자 씨와 함께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었습니다.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조금 빠졌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전할지 골라보는 겁니다. 답을 재촉하는 질문 대신, 아까 여기서 하셨던 말씀을 전해도 좋겠지요.”

“너 성실한 거 엄마가 안다고요?”

“네. 도움도 먼저 물어보시고요. 지금 들어주면 좋겠는지, 함께 알아보면 좋겠는지.”

순자 씨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늘 제가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겠네요.”

“그것도 작은 일이 아닙니다.”

신발을 신던 순자 씨가 돌아보았습니다.

“스님, 또 마음이 복잡해지면 와도 되죠?”

“그럼요. 다음에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도 들려주세요.”

08 · 달라진 전화

집에 돌아온 순자 씨는 아들에게 메시지를 썼습니다.

“엄마가 걱정돼서 같은 걸 자꾸 물었지. 부담 줘서 미안해. 네가 성실하게 애쓰는 건 엄마가 알아. 지금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줘.”

보내고 나서도 손은 전화기를 놓지 못했습니다.

곧장 답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혹시 서운해서 안 읽나.

무슨 일이 생겼나.

익숙한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순자 씨는 입 밖으로 작게 말했습니다.

“내가 또 불안하구나.”

창문을 열었습니다.

비가 그친 골목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순자 씨는 저녁밥을 안치고 아들에게 줄 반찬은 내일 필요한지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밥을 먹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습니다.

“엄마.”

순자 씨는 좋은 소식이 있느냐는 말을 삼켰습니다.

“응. 오늘 어땠어?”

아들이 잠깐 뜸을 들였습니다.

“별로였어. 면접 본 데서 또 안 됐대.”

순자 씨의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어디가 부족했느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들의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좀 창피해서 말을 못 했어.”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습니다.

한참 뒤 아들이 말했습니다.

“오늘은 그냥 얘기 좀 해도 돼? 어디 지원할지는 내일 생각하고.”

순자 씨는 수저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래. 엄마 듣고 있어.”

09 · 걱정이 남아 있어도

아들의 취업은 그날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순자 씨도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다시 아들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전처럼 하루를 전부 걱정에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물을 끓이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산책하자는 친구의 전화에도 이번에는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뒤 아들이 집에 들렀습니다.

둘은 냉장고를 열어 반찬을 골랐습니다.

순자 씨는 빈 통을 건네며 물었습니다.

“얼마나 가져갈래?”

“이만큼이면 돼. 엄마 것도 남겨놔.”

순자 씨는 남은 반찬을 작은 그릇에 담았습니다.

아들이 밥솥을 열며 말했습니다.

“엄마, 우리 지금 같이 먹고 갈까?”

“그러자.”

순자 씨가 수저 두 벌을 꺼냈습니다.

식탁에 앉은 아들이 반찬을 맛보다 조금 짜다며 웃었습니다.

순자 씨도 웃으며 물컵을 밀어주었습니다.

전화기를 보느라 식어버리던 밥이, 그날은 아직 따뜻했습니다.

10 · 짧은 엔딩

이야기, 마음에 드셨나요? 구독으로 함께해 주세요. 여러분의 고민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스님께 물어봐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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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한 장을 부탁받은 지안 스님이 반년 동안 한 일불교이야기 · 롱폼게시 완료7:41

3줄 요약

  1. 글을 배우지 못한 영순 씨가 딸에게 보낼 편지를 부탁하자, 지안 스님은 먼저 편지를 써준 뒤 영순 씨가 원하던 글공부를 곁에서 돕기 시작한다.
  2. 틀리는 것이 부끄러워 그만두려던 영순 씨에게 스님은 배움을 강요하지 않고 수업의 양과 속도를 맞춰주며, 반년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글자를 함께 익힌다.
  3. 영순 씨가 직접 쓴 네 줄의 편지는 딸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모녀의 웃음을 지켜본 지안 스님은 다음 답장도 어머니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배움을 이어간다.
대본 전문 펼치기

현대의 작은 동네 절을 배경으로 한 창작 일화입니다. 지안 스님을 비롯한 인물과 사건은 허구이며 실화나 경전의 기록이 아닙니다.

대본 2차 · 본문 사용자 승인 및 요청한 엔딩 멘트 반영

01 · 편지 한 장

“지안 스님, 제 딸한테 편지 한 장만 써주실래요?”

김영순 씨가 가방에서 봉투를 꺼냈습니다.

모서리가 조금 구겨진 흰 봉투였습니다.

동네 절의 지안 스님은 찻잔을 옆으로 밀고 종이를 폈습니다.

“뭐라고 전해드릴까요?”

“가게 안 된다고 끼니 거르지 말라고요. 엄마는 잘 있으니까 걱정 말고.”

스님이 적는 동안 영순 씨는 입술을 움직였습니다.

조금 전에 자기가 한 말을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하실 말씀은요?”

한참 뒤 영순 씨가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내 딸이라서 참 좋다. 그것도 써주세요.”

스님은 말없이 그 문장을 아래에 적었습니다.

02 · 엄마가 보낸 말

영순 씨의 딸 수진은 다른 도시에서 작은 미용실을 했습니다.

요즘 손님이 줄어 늦게까지 문을 열어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화는 자주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먹은 말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딸이 괜찮다고 하면 영순 씨도 괜찮다고 했고,

손님이 왔다고 하면 얼른 끊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딸이 혼자 있을 때 꺼내 읽을 편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영순 씨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 동생들을 돌봤고, 조금 커서는 남의 집 일을 했습니다.

딸은 어머니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온 중요한 우편물은 사진을 받아 읽어주곤 했습니다.

다만 딸에게 보낼 편지까지 딸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안 스님은 다 쓴 편지를 천천히 읽어주었습니다.

영순 씨는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들었습니다.

“네. 딱 그 말이에요.”

그러다 종이 아래쪽을 가리켰습니다.

“스님, 여기 수진이가 어디 있어요?”

스님이 딸의 이름 아래에 손가락을 놓았습니다.

영순 씨는 그 세 글자를 오래 보았습니다.

“내가 평생 부른 이름인데, 써놓으면 못 알아보네요.”

03 · 이름부터

스님은 편지를 접어 봉투에 넣고 딸의 주소까지 적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종이 한 장에 크게 썼습니다.

수진아.

“이름부터 한번 써보실래요?”

영순 씨가 손을 뒤로 뺐습니다.

“아이고, 저는 못 해요.”

“오늘 다 배우자는 건 아니고요. 원하시면 제가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영순 씨는 잠시 망설이다 연필을 잡았습니다.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갔습니다.

첫 글자가 종이 반을 차지했습니다.

뒤의 글자는 쓸 자리가 모자랐습니다.

“거봐요. 종이만 버렸네.”

스님은 새 종이를 버리지도, 서둘러 덮지도 않았습니다.

그 아래에 손가락으로 자리를 짚었습니다.

“이번에는 여기서 시작해볼까요?”

두 번째 이름은 한 줄 안에 들어갔습니다.

영순 씨는 그 종이도 봉투와 함께 가방에 넣었습니다.

문 앞에서 신발을 신던 영순 씨가 돌아봤습니다.

“스님은 다음 주에도 계세요?”

“수요일 오후에는 있습니다.”

“그럼 그때 조금만 더 가르쳐주세요.”

04 · 수요일 오후

다음 수요일, 찻상 한쪽에 공책과 굵은 연필이 놓여 있었습니다.

영순 씨가 손에 힘을 너무 주던 걸 보고 스님이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일주일에 두 번, 삼십 분씩 만나기로 했습니다.

절 일이 겹치는 날은 미리 시간을 바꿨습니다.

스님은 일정을 적는 수첩에 영순 씨와 약속한 시간도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이름과 딸의 이름을 썼습니다.

그다음에는 자음과 모음을 익혔습니다.

받침이 붙으면 앞에서 읽었던 글자도 다시 헷갈렸습니다.

영순 씨가 같은 것을 물어도 스님은 공책을 앞으로 당겨 다시 써주었습니다.

답답해하는 영순 씨를 두고 먼저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한 달쯤 지나 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전에 스님이 써준 편지를 잘 받았다고 했습니다.

“엄마, 그 말 전화로도 좀 해주지.”

영순 씨가 웃었습니다.

“읽었으면 됐지.”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은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자기 손으로 써서 보내고 싶었습니다.

05 · 오지 않은 날

두 달째 되던 주에 영순 씨가 수업에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못 가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지안 스님이 물었습니다.

“시간이 안 맞으세요? 다른 날로 바꿔도 됩니다.”

“아니요. 스님만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요.”

영순 씨는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딸의 이름을 보지 않고 써보려다가 또 틀렸습니다.

앞장을 넘겨보고 고쳐도 다음 줄에서 같은 글자가 틀렸습니다.

“젊을 때 못 배운 걸 이제 와서 뭘 하겠어요. 편지는 그냥 또 부탁드리면 되지.”

스님은 잠시 듣고 있다가 말했습니다.

“편지는 언제든 써드릴게요. 공부를 그만하셔도요.”

영순 씨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만하고 싶으신 건지, 자꾸 틀려서 속상하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수화기에서 작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났습니다.

“속상하죠. 나도 내 딸 이름쯤은 쓰고 싶죠.”

“그럼 다음에는 새 글자 안 배우고, 그 이름만 같이 써요.”

06 · 지우지 않은 첫 장

영순 씨는 다음 수요일에 공책을 들고 왔습니다.

지안 스님은 새 장을 펴는 대신 맨 앞장을 펼쳤습니다.

첫날 써놓은 커다란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오늘 날짜를 적고 연필을 건넸습니다.

영순 씨가 천천히 딸의 이름을 썼습니다.

한 글자에서 멈추자 스님이 작은 종이에 그 부분만 보여주었습니다.

다 쓰고 나서 두 사람은 처음 쓴 이름과 나란히 놓고 보았습니다.

“이건 제가 쓴 것 같지도 않네요.”

영순 씨가 첫날 글씨를 보고 웃었습니다.

그날은 세 줄만 쓰고 공책을 덮었습니다.

그 뒤로 스님은 집에서 할 공부도 하루 한 줄씩만 정해주었습니다.

틀린 글자가 있으면 그 옆에 바른 글자를 써서 비교했습니다.

공책 한 장 전체를 다시 쓰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날이 더워졌다가, 저녁 바람이 선선해졌습니다.

영순 씨는 장을 보다가 자기가 배운 글자를 만나면 다음 수업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스님, 오늘 간판에서 수 자를 찾았어요.”

스님은 다음 글자를 쓰려던 연필을 내려놓고 어디에서 봤는지 물었습니다.

그날 영순 씨는 글씨보다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갔습니다.

07 · 엄마 글씨

반년 가까이 지났을 때, 영순 씨가 먼저 말했습니다.

“이제 편지 한번 써볼래요.”

스님은 처음 부탁받았던 편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영순 씨가 하고 싶은 말을 짧게 나눠 함께 연습했습니다.

혼자 읽고 쓰기 어려운 글자는 공책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짧은 편지 한 장을 쓰는 데 며칠이 걸렸습니다.

영순 씨는 잘못 쓴 글자 위에 선을 긋고 옆에 다시 썼습니다.

마지막 줄의 ‘엄마가’는 공책을 보지 않고 썼습니다.

수진아.

밥 잘 챙겨 먹어라.

나는 네가 내 딸이라서 참 좋다.

엄마가.

지안 스님은 편지를 받아 들고 손가락으로 짚으며 함께 읽었습니다.

영순 씨는 자기가 쓴 글자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틀린 데 있어요?”

“무슨 말씀인지 잘 읽힙니다.”

“봉투는 아직 스님이 써주세요. 주소는 너무 길어요.”

스님이 웃으며 봉투를 가져왔습니다.

영순 씨는 편지를 접으려다가 손을 멈췄습니다.

“잠깐만요. 한 번만 더 읽어볼게요.”

08 · 딸이 가져온 봉투

편지를 보낸 지 며칠 뒤, 가게 문을 닫을 시간에 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이거 엄마가 쓴 거야?”

“응. 지안 스님한테 배웠어.”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습니다.

영순 씨가 먼저 물었습니다.

“왜, 못 알아보겠어?”

“아니. 다 읽었어.”

잠시 뒤 딸이 말을 이었습니다.

“엄마, 나 오늘 밥 못 먹었는데. 지금 시켜 먹으려고.”

영순 씨는 전화기를 귀에 바짝 붙였습니다.

“그래. 먹고 집에 가.”

그다음 쉬는 날, 수진이 어머니를 찾아왔습니다.

가방에는 받은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절에 갔습니다.

수진은 지안 스님에게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엄마한테 들었어요. 같은 걸 그렇게 여러 번 가르쳐주셨다고요.”

“어머니도 여러 번 오셨어요.”

영순 씨가 옆에서 웃었습니다.

“두 번은 빠졌어요.”

“그리고 다시 오셨지요.”

수진은 어머니의 공책을 한 장씩 넘겼습니다.

스님이 쓴 글자 아래로 어머니의 글씨가 이어졌습니다.

자기 이름이 여러 장에 걸쳐 있었습니다.

딸은 공책을 덮지 않고 어머니 쪽으로 조금 더 당겼습니다.

“엄마, 여기 내 이름 한 번만 써줘.”

영순 씨는 빈칸에 딸의 이름을 썼습니다.

수진은 연필을 잡은 어머니의 손을 가만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손을 놓자마자 그 손을 잡았습니다.

“나 이 편지 가게에 두려고. 밥 안 먹고 일하려고 하면 보이게.”

영순 씨가 딸의 손등을 두 번 두드렸습니다.

“손님한테는 자랑하지 마. 글씨도 못 썼는데.”

“벌써 했는데.”

스님 앞에서 모녀가 함께 웃었습니다.

09 · 다음 수요일

딸이 돌아간 뒤에도 영순 씨는 수요일마다 절에 왔습니다.

아직 혼자 읽지 못하는 글자가 훨씬 많았습니다.

딸이 짧게 적어 보낸 답장도 지안 스님과 함께 읽었습니다.

어느 날은 영순 씨가 공책과 귤 두 개를 찻상에 놓았습니다.

스님 앞으로 한 개를 굴려주고 먼저 공책을 펼쳤습니다.

“오늘은 뭘 배우고 싶으세요?”

영순 씨가 딸의 답장 마지막 줄을 가리켰습니다.

엄마, 다음에는 내가 편지할게.

“이거요. 다음 편지는 제가 먼저 읽어보고 싶어요.”

지안 스님이 의자를 당겨 영순 씨 옆에 앉았습니다.

두 사람은 첫 글자부터 천천히 짚었습니다.

차가 식는 동안, 영순 씨의 공책에 새 줄이 하나 늘었습니다.

10 · 짧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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